일자리위원회·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만들어지거나 확대 개편된 위원회 13곳에만도 437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별위원회처럼 본예산 편성 이후 신설된 ‘위원회 속 위원회’는 예비비나 기타 예산을 끌어다 쓰면서 사각지대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예산을 수백억원이나 가져다 쓰면서도 실제 예산집행률은 46%에 불과해 일단 덩치부터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 재정정보공개 시스템을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정책 관련 위원회 10곳과 확대 개편된 위원회 3곳에 편성된 예산현액(본예산+이전예산)은 지난 8월 말 기준 436억9,800만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였던 일자리위원회 예산이 52억3,100만원으로 단일 위원회로는 가장 많았고 4차산업혁명위원회(46억4,300만원), 정책기획위원회(39억5,600만원)가 뒤를 이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31억7,800만원·11.4%) 등 3곳은 당초 본예산 편성액보다 현재 예산이 더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위원회의 성과와 존재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재정개혁특위가 7월에 마련한 종합부동산세·금융소득과세 개편안은 정부와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소득주도성장특위는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9월에야 출범했지만 이렇다 할 역할을 제시하지 못했다.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임무를 안고 출범한 국가교육회의는 올해 32억3,900만원의 예산을 받고도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시민에게 미루면서 공론화 예산 18억3,200만원만 추가로 가져갔다. 기능보다는 권한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세금만 축내는 곳이 많지만 정작 위원회를 없애기도 쉽지 않다. 현재 521개 달하는 위원회 중 460개(88%)가 법률에 근거한다. 국회를 거쳐야 없앨 수 있는 셈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원회 일몰제 등을 둬 시한과 목적을 정해놓은 뒤 달성하면 바로 해산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