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양호家 수사 빈손…11개 권력기관 총동원했지만 '용두사미'

■ 檢, 조양호 불구속·조현민 무혐의
구속영장 청구도 번번이 기각
조 회장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
"여론에만 편승해 수사" 지적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경찰·관세청 등 총 11개 관계기관이 총동원돼 6개월가량 한진 일가 수사에 나섰지만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고 조 전 전무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물컵 갑질’이 총수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됐지만 번번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일각에서 권력기관이 여론에만 편승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남부지검은 끝내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 7월2일 서울남부지법이 “피의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조 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석 달 만에 불구속 기소를 선택한 것이다. 영장 기각 후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모친 등을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한 혐의와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그룹의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10개사와 친족 이름을 명단에서 빠뜨린 혐의를 더했다. 검찰은 추가 구속 기소를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했으나 성과는 내지 못한 것이다.


또 검찰은 넘치던 수사 의욕에 비해 혐의를 입증할 근거는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 수사의 발단이 됐던 상속세 탈루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 없음’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검찰은 항공기 조종사 지원 훈련금 편취, 대한항공 상표권 사용료 배임 등에 대해 조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사실상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수사를 한 셈”이라며 “결국 검찰은 ‘물컵 갑질’로 촉발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에만 기댄 채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 전 전무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려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특히 검찰은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던진 곳은 사람이 없는 방향이었던 만큼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규정될 수 없다”며 특수폭행 무혐의 사유를 설명했다. 또 검찰은 광고영상 시사회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점 역시 해당 업무 총괄 책임자로서 가능한 지시로 판단해 업무방해 혐의 역시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지만 횡령·배임 의혹 금액이 274억원에 달해 경우에 따라 실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행 특경법은 횡령·배임·사기 혐의 중 어느 하나라도 50억원 이상 인정될 경우 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관세청이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 혐의를 조사 중이고 서울지방경찰청이 조 회장의 자택 경비 비용 회삿돈 대납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점도 변수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