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문 두드리는 수소차, 국내 규제도 풀어라

현대자동차가 16일 에어리퀴드·엔지 등 프랑스 에너지 기업과 수소전기차·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여기에는 2025년까지 5,000대 규모의 수소전기차를 수출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단일 수소차 수출 물량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앞서 9월에는 스위스 최대 에너지 기업 H2에너지와 2023년까지 수소전기트럭 1,000대 공급을 위한 MOU를 맺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친환경차가 유럽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현대 수소차의 유럽 시장 안착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어 안타깝다.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면에는 국내시장 개척이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를 출시했으나 인프라 부족과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성과가 부진한 편이다. 우리나라 수소차 인프라의 현실을 보면 세계 최초로 양산체제를 구축한 나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연구시설을 포함해 22곳의 충전소가 있지만 운영 중인 곳은 13곳에 불과하다. 고압(700bar급) 충전이 가능한 상용충전소는 7곳이 전부다. 수소차 보급도 올 6월까지 약 300대, 연말까지 계획도 1,000대 남짓이다. 대기업 등 민간사업자의 충전소 설립에 걸림돌이 있는 등 보급 활성화를 막는 규제들도 많다. 그나마 정부가 7월 이격거리 등 충전소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이달 초 보조금 확대와 국공유지 충전기 설치 시 임대료 감면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수소차 경쟁력이 앞서 있는 미국·일본·독일 등을 따라잡으려면 속도를 내야 한다. 미국은 충전소 가동률 70% 도달 시까지 운영비의 60~100%, 독일도 60%를 지원할 수 있도록 수소에너지 관련법을 별도 제정하기까지 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수출을 발판 삼아 국내 수소경제 확산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정부가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 충전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면 규제를 풀거나 인센티브를 주고 사업 관련 규정이 미비하면 미국 등 선진국을 참고해 이를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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