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공동창업 신화 쓴 '아이디어 맨'

['빌 게이츠 파트너' 앨런, 혈액암 투병 끝 별세]
1975년 '컴퓨터광' 게이츠와 합심
세계 최대 컴퓨터OS 회사 만들어
자산 200억弗 억만장자 반열 올라
"사후 재산 대부분 기부" 발표도
게이츠 "진심 어린 친구 잃었다"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AFP연합뉴스

빌 게이츠와 함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공동 창업해 신화를 써내려간 억만장자 폴 앨런이 15일(현지시간)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5세.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앨런의 가족들은 그가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 투병 끝에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2주 전인 지난 1일 2009년 암 치료를 받은 림프종이 재발했다며 “강력하게 병마와 싸울 계획”이라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앨런의 여동생인 조디 앨런은 성명을 내고 “많은 사람이 폴 앨런을 기술자이자 자선사업가로 알고 있지만 그는 우리에게 사랑이 넘쳤던 형제이자 삼촌, 특별한 친구였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폴 앨런 구단주의 사망을 기리는 미 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공식 트위터.

앨런의 이름 앞에는 항상 붙는 수식어가 있다. ‘MS 공동창업자’다. 1975년 그는 중고등학교인 레이크사이드스쿨에서 두 살 어린 ‘컴퓨터광’ 게이츠를 만나 의기투합해 MS를 세웠다. 1980년 당시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이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로 MS도스를 채택하면서 세계 최대의 컴퓨터 운영체제 회사가 됐다. 1991년 MS윈도의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93%까지 치솟았고 이들은 일약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앨런의 자산은 MS 주식 100만주를 포함해 20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하며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2018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 44위에 올라 있다.

평생 미혼으로 산 그는 ‘괴짜 행보’로도 유명하다. 1983년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한 후 MS를 떠난 앨런은 사업가와 자선가로 이름을 날렸다. 1986년 여동생 조디 앨런과 함께 투자회사 ‘벌컨’을 세워 기술과 미디어·과학·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시작했다. 30대였던 1988년 미 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를 인수해 3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연소 구단주로 이름을 올렸다. 2000년에 들어서는 우주 산업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쏟았다. 앨런은 2004년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1’을 쏘아 올렸다. 2017년에는 로켓 운송용으로 미식축구 경기장에 버금가는 크기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 ‘스트래토런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신이 추종했던 미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를 위한 박물관도 짓고 해저수색팀을 이끌며 일본 전함 잔해와 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미국 군함을 발견하기도 했다.

지난 1999년 5월27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유타 재즈의 플레이오프전을 관람하러온 블레이저스의 구단주이자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왼쪽)과 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포틀랜드=AP연합뉴스

1986년부터는 ‘폴앨런가족재단’을 만들면서 기초과학 기부와 사회공헌활동도 시작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앨런은 퇴치 프로그램에 1억900만달러(약 1,230억원)를 내놓기도 했다. 평생 교육과 야생보호·환경·예술 등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가 넘는 돈도 지원했다. 2010년에는 사후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앨런을 “조용하고 끈질긴 방식으로 마법 같은 제품과 경험을 만들었다”고 회상하며 “그렇게 그는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공동 창업자의 사망 소식을 들은 게이츠는 “나의 오래되고 진심 어린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며 “앨런이 없었다면 오늘날 개인의 컴퓨터 사용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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