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칼럼] 중국의 농업혁신과 북한 개혁의 창

中, 스마트팜 등 농업혁신 역점
방제드론·친환경 비료까지 등장
김정은도 현장방문 관심 드러내
北 개방땐 후발자 효과 가능할것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올해는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농촌개혁의 경험을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키면서 중국의 기적을 만들었다. 지금 중국은 다시 농업을 혁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해당 연도의 가장 중요한 정책방침을 1호 문건에 담아 하달한다. 올해도 농업 문제 해결이 우선과제였다. 지난 2004년 이후 연속 15년째다. 중국 인구의 43%는 여전히 농촌에 살고 있고 농민을 도시민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도시와 농촌의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농업현대화, 지혜농업으로 불리는 스마트팜, 친환경 유기농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9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헤이룽장의 싼장평원 한복판에 서서 “농업의 기계화와 정보화를 추진해 농업현대화에 과학기술을 접맥하라”고 지시했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농촌 시스템을 바꾸고 농업혁신으로 부자농민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도자들은 농촌 현장을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실제로 농촌 하늘에는 방제용 드론이 떠다니기 시작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 옥수수밭을 사료작물용 콩밭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 시내 중심가의 건물에서 인공지능(AI)이 지시하는 대로 수백 리나 떨어진 농장의 잡초를 식별하고 물과 비료를 뿌리는 스마트팜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만든 것은 못 믿겠다”는 소비자 불신을 걷어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물류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농산품 유통단계마다 소비자가 먹거리의 산지와 유통경로를 확인하는 식품이력제가 본격화했고 먹거리의 전 생산 과정을 멀리에서도 볼 수 있는 천리안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신소매가 본격화했다.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은 만보계를 차고 만 보 이상 달린 건강한 닭을 ‘러닝치킨’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한편 중국의 잦은 식품 안전사고는 친환경 유기농 산업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2015년 시 주석이 찾기도 했던 옌볜 조선족자치주 허룽의 작은 농촌 마을인 광둥춘의 ‘땅에서 복이 온다’는 지복래 조류배양센터에서는 바다이끼에서 추출한 효소를 비료로 만들고 있다. 쉬룽산 사장은 막 추출한 비료가 담긴 병을 건네며 마셔보라고 했다. 주저하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한 병을 호기롭게 들이켰다.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비료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이 비료는 근처 하이란강 주변의 너른 들녘에 뿌려졌다. 벌써 논바닥에서는 민물 게들이 기어 다니고 있다. 머지않아 동북3성 전역과 한반도에도 뿌려질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 농업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4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밝힌 후 북한 전역에서 ‘과학농법 열풍’이 불었다. 북한이 농업에서 개혁개방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면 중국 농업의 혁신은 좋은 참고 대상이다. 5월14일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친선 참관단을 이끌고 베이징의 농업과학원을 방문해 품종개량과 방제 같은 농업기술의 발전과 스마트제어, 수경재배의 변화를 목격했다. 6월 세 번째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곳을 찾았는데 농업현대화, 지혜농업이라고 부르는 스마트팜, 친환경 유기농 산업의 발전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북한은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후발자 효과는 있다. 사실 오늘날 중국의 발전도 선 대신 망을 선택한 건너뛰기 전략의 효과이다. 북한도 한국의 자본과 기술, 중국의 소재,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한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어 주민의 20%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빠른 정보통신기술(ICT)의 속도를 경제에 접맥할 필요가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만큼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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