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건강상식] 유전병과 달리 생활습관서 오는 질병…3~4촌까지 포함한 가족력 살펴봐야

가족력 질환과 예방법


흔히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작성하는 문진표에는 가족력을 기입하는 항목이 있다. 가족 중에 당뇨병이나 암에 걸렸던 사람이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가족력을 유전병과 똑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유전병은 유전자로 인해 생기는 질병이다. 부모가 유전질환을 갖고 있을 때 자녀가 고스란히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 대상이다. 주로 희귀질환이나 난치성질환이 대상이지만 유방암과 같은 암이 유전병에 포함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미국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을 예방하려고 가슴을 모두 절제했다고 밝히면서 화제를 모았다. 어머니와 이모를 유전성 유방암으로 잃었던 졸리는 자신에게도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수술을 결심했다. 가슴을 절제한 졸리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서 5%로 줄었다.


가족력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공통적으로 생기는 질환을 일컫는다. 의료계에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3대에 걸친 직계나 사촌·형제자매 중 2명 이상이 같은 질환을 앓을 때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식사,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과 직업 특성 등 환경적인 요인도 가족력에 영향을 준다.

가족력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은 다양하다.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아토피피부염, 골다공증, 전립선비대증도 가족력에 기인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위암, 폐암 등 주요 암도 가족력이 원인이라는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족력에 의한 질환을 예방하려면 가족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가족력 가계도’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3~4촌 친척까지 포함되도록 범위는 넓을수록 좋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구분하고 과거에 치료했거나 현재 앓고 있는 질환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가족력 가계도가 완성되면 현재 우리 가족의 가족력 질환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의심되는 질환까지 예상할 수 있다. 만성질환의 대표주자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은 가족력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가족 전체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임윤정 동국대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족력 가계도를 통해 가족력이 의심되면 질환이 나오면 가족들이 함께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특히 암은 가족력이 1명만 있어도 다른 가족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건강검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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