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은 물론 최근에는 안정세를 보였던 인도마저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늘 불안하기만 한가요? 어떤 신흥국이 안정적인가요? 그리고 금융불안은 실제로 전염되나요?
일반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불안합니다. 경제 규모는 물론 금융시장 규모가 작아 불안요인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충격이 더 큽니다. 예를 들어 같은 크기와 무게의 돌을 저수지에 던졌을 때 크고 깊은 저수지(선진국)보다 작고 얕은 저수지(신흥국)에서 파장이 훨씬 크게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수지의 돌과 같은 외부 불안요인은 다양합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국제유가는 물론 미국·중국 등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나라들의 정책 변화 등도 외부 불안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발생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의 근저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투자자, 안전한 선진국 피난
유가까지 4년만에 최고치 경신
경제관리 실패 등 내외부 악재에
기초체력 약해 회복 불능상태로
☞ 신흥국 시장 늘 불안한건 아냐
보유외환·경제성장률 뒷받침 땐
환율 급등·증시 급락 견딜수있어
美증시 쇼크에 공포감 확산됐지만
정치·사회적 안정성 토대 다지면
외국인 자금 복귀 가능성도 충분
미국은 기준금리를 2018년에만 최근까지 세 차례나 올렸습니다. 같은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면 이자를 그만큼 더 벌 수 있게 됐습니다.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다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세계 경제가 불안해졌습니다. 불안하면 투자자들은 안정성이 더 높은 것을 찾게 됩니다. 신흥국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으로 돈이 빠져나갈 유인이 더 커진 것입니다.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는 미국달러로 나갑니다. 미국에 투자하거나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도 미국달러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유출되면 통화 간 교환비율인 환율이 상승합니다. 신흥국 통화가치는 반대로 낮아지고 물가가 덩달아 올라갑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1배럴당 30~40달러에 불과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70~80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원유자급도가 낮은 신흥국에는 새로운 충격이 더해진 셈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신흥국이 겪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의 주요 외부 요인입니다.
그런데 신흥국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뿐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 경제·정치 및 사회 불안현상에도 쉽게 변동합니다. 특히 이렇게 외부 불안요인이 크게 작용할 때 내부 불안요인이 겹치면 금융시장 불안은 가중됩니다. 아르헨티나·터키 등은 경제관리에 실패한 경우입니다. 양국은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 누적, 물가 상승을 방치하다 환율이 10월 중순까지 각각 47%, 36% 이상 상승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요청했습니다. 터키는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금융시장 혼란을 부채질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높은 실업률로 경제사정이 나쁜데다 오는 2019년 총선을 앞두고 토지개혁과 광산법 개정에 있어 여야 및 흑백 갈등 가능성이 높아져 환율이 상승했습니다. 브라질도 10월 말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좌우파 집권 가능성에 따라 환율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국채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인도는 원유자급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환율이 급등했습니다.
결국 신흥국 금융시장의 안정은 내외부 요인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외국인 자본 유출에 따른 환율 급등, 증권시장 급락에 잘 견딜 수 있는 능력과 체력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대외부채, 안정적인 성장과 고용 유지 등 소위 경제의 기초(fundamental)가 튼튼한 신흥국이 유리합니다. 여기에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정책과 제도,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높으면 더욱 좋습니다. 그렇다고 신흥국 금융시장이 늘 불안하고 환율이 상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9월 중에는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안정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0월 들어 투자심리가 다시 악화됐습니다. 10월11일에는 미국 증시마저 폭락해 ‘검은 목요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7년 만에 최고점을 돌파해 기업들의 금융비용 증가가 예상되면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신흥국·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 국가의 증권시장이 폭락했습니다. 금융 불안심리가 전염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올해 한 차례, 내년에도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태세입니다. 중국 경제 둔화, 미중 금융전쟁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습니다. 경제의 기초체력과 정치·사회적 안정성 강화에 더욱 주의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