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실적 호조로 웃음 짓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유가 상승과 국제 무역분쟁에 따른 불똥으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원가 증가에 따른 이익 축소가 예상되는데다 올레핀 계열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석탄을 원료로 올레핀을 추출하는 설비인 ‘CTO(Coal To Olefin)’ 가동량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프타를 원료로 기초유분을 추출해내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 과잉 설비론까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016년 1월 배럴당 25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해 이달 80달러를 돌파했다. 원유가격 상승은 화학제품의 원가 비중을 높여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가격 차이)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업이익 하락 요인이 된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롯데케미칼(011170)·SK종합화학·한화토탈·여천NCC 등 국내 4개 NCC 업체의 총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인 매출원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78.4%에 달했다. 유진투자증권은 4월 국제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NCC 업체의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1.4% 오르는 반면 화학제품 가격은 0.4~1.0% 상승에 그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나프타의 원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국내 업체로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상당한 셈이다.
특히 유가 상승은 중국이 강점을 가진 CTO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석탄 가격 상승 및 과도한 용수 사용과 온실가스 대량 방출과 같은 CTO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중국의 CTO 가동률은 낮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CTO 가동률을 30% 내외로 보고 있다. 반면 지금과 같은 유가 상승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다시 높아져 이 같은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중국이 이처럼 CTO를 가동해 화학제품 자체 수급률을 높일 경우 한국 NCC 업체에는 악재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대중국 에틸렌 수출액은 6억8,600만달러이며 프로필렌 수출액은 11억800만달러다. 중국이 CTO 공장 가동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자급한다면 연간 약 23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감소 우려로 환경 규제 완화 계획을 검토하면서 CTO 가동과 관련한 제약이 한층 낮아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베이징과 톈진 등의 초미세먼지 농도 감축 목표량을 기존 5%에서 3%로 낮췄다.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 때문에 가동이 멈췄던 CTO 시설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셈이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중국이 현 유가상황에서 자신 있게 CTO 증설 및 가동률 증가에 나설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유가 수준이 문제”라며 “중국의 환경 규제까지 완화되면 화학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화학업계에서는 중국 CTO 가동에 따른 우려에 대해 아직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내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제품 계약은 장기 계약이 대부분이라 중국의 CTO 가동이 당분간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추이는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