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임금격차 해소, 답을 찾아서] "5060 남성관료가 주도하는 성평등정책으론 답 없어"

6회-끝. 전문가 좌담-여성이 일하기 좋은 대한민국
남녀 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도 없이 정책 추진
文대통령 임금격차 축소 로드맵도 추진력 잃어
경력단절 방지 정책 등 결정 때 女 참여 늘리고
여성고용·유연근로 확대로 저출산 해법 모색을

지난달 28일 서울경제신문에서 열린 ‘남녀 임금격차 해소, 답을 찾아서’ 전문가 좌담회에서 김난주(왼쪽부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토론하고 있다./권욱기자

“여성 문제, 성차별 이슈에 대해 기본적인 문제의식도 없는 50·60대 남성 관료들이 정부의 성평등정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남녀 임금격차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금 아무것도 진행되는 것이 없습니다. 회의만 많이 열릴 뿐 실제 정책을 주도해야 할 50·60대 남성 관료들이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남녀 임금격차 해소, 답을 찾아서’ 기획을 마치며 마련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울분이 감추지 못했다. “정부 관료들과 함께하는 회의에 참석해보면 마치 벽에 대고 혼자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는 느낌도 밝혔다. 좌담회에는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진행=안의식 탐사기획팀장·부국장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권욱기자

-우리나라는 1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격차의 주요 원인이다. 이는 남녀 임금격차의 또 다른 이유인 여성 관리직과 임원의 비중이 낮다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경력단절 시기에는 인사고과가 발생하지 않으니 승진에서도 밀리게 된다. 성별 직종 분리가 심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저임금 직종에서 근로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도 임금격차의 원인이다.

-경력단절 문제는 저출산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앞서 유럽 국가들은 저출산과 전문직 인력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개선책과 지원 제도를 강화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급감해 노동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출산율 현황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랑스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면 임금격차와 함께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출산율은 지난 2012년 2.01명을 기록했지만 독일의 출산율은 여전히 유럽 국가 중 하위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도 한국과 비슷한 경력단절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에서는 “육아를 했더니 가난의 벌을 받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문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임금격차를 줄이고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 /권욱기자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남녀 임금격차를 현재의 35%에서 15%로 줄이겠다고 말했지만 지금 아무것도 이행되고 있지 않다. 수많은 매체에서 임금격차가 심각하다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 정책집행자인 행정·입법부가 내놓은 결과가 없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오르고 성평등 조직문화가 구축되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르게 돼 있다는 공식을 파악했다. 성평등 지표가 곧 임금격차 축소이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이는 우리만 모르는 공식이다.


△황 연구위원=해외에서는 저출산, 여성 전문 인력 부족에 대한 해법으로 성별 임금격차 해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결론 내리고 관련 정책과 제도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겠다고 막연히 생각하지 구체적인 원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저출산과 여성 전문직 육성을 각 부처에서 따로따로 맡고 각기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핵심원동력도 부족하다. 조금만 고민해보면 일련의 문제들이 한데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 남녀 임금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지 않겠나.

△김 원장=관련 공약들은 실종됐고 로드맵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일자리위원회에서 여성 일자리와 관련해 ‘성평등 근로감독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 동수 내각 또한 모든 부처와 관련한 사항이다. 동수 내각의 의미는 성별에 따라 사안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정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 사회는 얼굴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50·60대 남성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흔드는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회에는 여성도 청년도 아주 적다. 결국 50·60대 남성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누가 다루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들은 여성 문제, 남녀 임금격차 문제에 관심이 없다. 정책은 결국 사회 주도세력의 관심사·전문성의 정도에 따라 움직인다. 임금격차 문제 또한 더 많은 여성 결정권자들이 개입한다면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한국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책의 다양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권욱기자

-해외에서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 이들 사례 중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것이 있나.

△김 원장=프랑스도 직군 분리가 심한 나라 중 하나다. 프랑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종 통합 대국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 돌봄 노동에도 남성 근로자를 끌어들이고 기술직에서 여성 근로자의 비중을 높이는 등 성별 비중이 뚜렷한 업종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우리나라는 성별 직군 분리가 명확한데다 호봉제의 전통이 강해 유럽 국가들의 임금공개법을 도입해도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유럽 국가의 임금체계는 ‘직무급제’를 기반으로 한다. 호봉제와 달리 근로자가 한 일에 대해 가치를 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하는 것이다. 또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여성 임원 할당제를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 시행할 거라면 할당 비율을 50%로 설정해야 한다. 20% 수준이면 뛰어난 능력을 갖춘 여성이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늘 가장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그 수준에 맞추지 못하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너무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20% 안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무결점을 위해 미혼이나 무자녀여야 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사례를 통해 무엇을 파악할 수 있을까.

△황 연구위원=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근로자의 시간 주권에 있다. 다양한 요구가 오가는 시기에 이를 수용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도 재교육을 받을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요구에 맞춰 근로자는 자신의 시간 주권을 갖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근로자 중심의 근로 유연화를 필요로 하게 된다. 전의 근로 유연화는 경제위기가 오면 근로자 수를 감축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근로자의 시간에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근로자 중심의 근로 유연화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독일 금속노조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근로시간을 주35시간에서 28시간으로 줄이는 단체협상을 체결했고 정규직은 유지하되 임금을 깎는 것으로 결정됐다. 주28시간근무제는 더 이상 젊은 층들이 근무시간에만 연연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들도 육아를 분담하고 가정과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을 바란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요구 사항은 이제 임금이 줄어도 되니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해외에서 진행되는 노동시간 유연화다. 산업의 재생산 문제나 저출산 문제와 계속 맞물려가고 있는 것이다. 독일 경영자들도 더 이상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실제로 2016년 독일의 임원 대상 조사에서 임원진의 80%가 현재처럼 근로시간 중심의 운영이 지속되면 회사가 위기에 빠질 것으로 판단했다. 정규직을 유지하면서 조금 받고 조금 일하는 것을 원한다는 젊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알아채야 한다. /정리=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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