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126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시어스가 늘어나는 부채 부담으로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나온 지 닷새 만인 15일 시어스는 뉴욕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한때 매장이 4,000개에 이를 정도로 미국 유통시장을 주름잡았던 오프라인 공룡이 무너진 것이다.
시어스는 지난 2011년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고 파산보호 신청서에 명시된 부채만 113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른다. 2007년 195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이제 1달러도 안 된다.
# 그보다 일주일 전인 3일 미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이 성명을 냈다. 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측은 “복수의 관계자가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으며 이사회 특별위원회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스앤노블 주가는 올 들어 20% 가까이 빠졌다. 현재 시가총액은 4억달러선이다. 최고를 기록했던 2006년 당시의 20억달러에 비하면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적이 급전직하하자 지난 6년 동안 최고경영자(CEO)가 5번이나 교체됐다.
# 반스앤노블이 성명을 낸 같은 날 국내 항공권 판매 전문 여행사인 탑항공이 폐업 사실을 알렸다. 홈페이지에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로 10월1일자로 폐업을 결정했다”고 공지한 것이다. 1982년 설립된 탑항공은 2000년대 중반까지 항공권 판매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한동안 경쟁 상대가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회사 이름처럼 ‘탑’이었던 매출이 어느 순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들 오프라인 강자들의 몰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는 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시어스와 반스앤노블은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WSJ는 “반스앤노블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탑항공도 마찬가지다. 성공신화에 취한 나머지 홈쇼핑·인터넷 여행사들로 여행수요가 몰리는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여행·예약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은 13조원에 육박한다. 소비자들이 포털사이트에서 가격비교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판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탑항공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유통·여행 업종에만 국한된 상황일까. 금융 등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상품 10개 중 6개(61.1%)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비대면 상품은 계속 느는 데 비해 창구 판매 상품은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이러니 은행 점포 통폐합은 당연한 현상이자 생존의 문제다. 세계적 추세인 이유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영향평가 실시 등을 담은 지점 폐쇄 모범규준 제정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함부로 점포를 줄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명분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은행 접근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고령층의 어려움이나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에 대한 정부의 걱정은 이해가 간다. 그렇더라도 인터넷은행이 속속 등장하는 마당에 오프라인 점포 폐쇄를 막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오래갈지 의문이다.
인터넷·모바일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뒤처지면 기업도 나라 경제도 경쟁력을 잃는 시대다.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전통시장을 살리자며 대형 마트에 복합 쇼핑몰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 등 오프라인 유통에 신경이 집중돼 있다. 그 사이 중국은 2015년 인터넷플러스 정책을 수립해 유통의 전자상거래를 유도하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원격진료 등 비슷한 사례는 너무 많다. 플랫폼 기반의 기술혁신이 몰고 오는 변화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지연시키고 외면할 수 있을까. 당장은 살 수 있지만 얼마 못 가 어둠에서 헤맬 공산이 크다. /sh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