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혐의를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사 확대 방지, 사건 조기 종결 등을 검찰에 청탁할 목적으로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우 전 수석을 입건, 검찰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변호사 시절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길병원 횡령사건,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 관계자들에게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분, 내사종결 등을 청탁하는 명목으로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10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인천지검 특수부가 수사한 길병원 사건과 관련, 병원 측이 “수사가 더 확대되지 않고 이 상태에서 마무리되게 해 달라”고 제시하자 “3개월 내 끝내주겠다”고 답한 뒤 착수금 1억원을 받고 계약했다. 이후 사건이 실제로 약 3개월 뒤 종결되자 우 전 수석은 2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았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가 수사한 현대그룹 경영개입 사건에서도 수사 진행상황을 파악할 것,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 등을 조건으로 현대 측과 사건수임계약을 하고 착수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검찰이 현대그룹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자 성공보수 4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 사건에서 우 전 수석은 선임계를 작성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한 4대강 입찰담합 사건에서는 설계업체 A사로부터 “수사가 내사 단계에서 종결되도록 해 달라”는 조건으로 착수금 5,000만원을 수수했다. 이후 실제로 A사에 대한 수사가 내사종결되자 성공보수 5,000만원을 더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경찰은 길병원의 뇌물·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우 전 수석이 변호사협회에 사건 수임을 알리지 않고,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채 금품을 받은 정황을 발견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의견서 제출이나 수사기록 열람 등 정상적 변론활동에 참여한 기록이 전혀 없는 점, 해당 사건 의뢰인들이 경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의 검찰 인맥을 이용해 수사 확대를 막거나 무혐의 종결 등을 의도했다고 진술한 점 등에 집중했다.
경찰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와 관련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111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와 같은 우 전 수석의 행위가 불법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변호사 시절 청탁 목적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가 유죄가 확정된 홍만표 전 검사장·최유정 전 부장판사의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고, 법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 의견까지 구했다.
또 경찰은 우 전 수석이 당시 검찰 관계자들에게 어떤 형태로 청탁했는지, 금품거래 등 추가 범죄 정황은 없는지도 확인하려 했지만 수사 초반부터 검찰이 금융계좌 압수수색영장 등을 줄줄이 반려해 자세한 부분까지는 살펴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가 수사 책임자 등과 친분이나 경력을 내세워 사건 무마 등 조건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변호인 선임계 제출도 없이 개인적으로 수사팀과 접촉하는 ‘몰래 변론’ 행위는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