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이 지난해 10월29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파이널 라운드 경기에서 우승한 뒤 꽃가루 축하세례를 받고 있다. /권욱기자
‘만추의 골프축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25~28일)은 메이저급 대회로 성장하며 선수들 사이에서는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07년 출범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중견 대회로 해마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지난해까지 열 차례의 대회 가운데 네 번이 연장 승부일 정도로 예측불허의 승부가 계속됐다. 정규라운드에서 마무리된 여섯 차례 대회에서도 우승자와 2위의 격차는 세 번이 1타였고 가장 크게 벌어진 2타 차도 세 번이었다.
올해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지척 거리인 산방산을 배경으로 멋진 우승 장면을 만들어낼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혜선(21·골든블루)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강풍 때문에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 라운드가 취소된 가운데 경기위원회는 36홀까지 4타 차 공동 선두에 오른 김혜선과 이정은6의 3개 홀 합산 연장전으로 우승컵의 주인을 가리기로 결정했다. 16번(파5), 17번(파3), 18번홀(파4) 연장 승부는 마지막 홀에서 갈렸다. 이정은이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개울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3홀 모두 파를 지킨 김혜선이 2타 차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해 전관왕을 차지했던 이정은은 연장전 마지막 홀에서 티샷한 볼이 디보트 속에 놓인 불운 탓에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고개를 떨궜지만 상금왕 타이틀을 확정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인천 드림파크CC에서 열린 2016년 대회에서는 이승현(27·NH투자증권)이 최종일 7타를 줄여 혼전을 평정하고 최종합계 17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승현·이정은5·배선우·안신애·이민영 등 5명이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이승현은 잠시 선두를 내주기도 했지만 15번홀에서 공동 선두를 되찾은 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짜릿한 12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이 홀 보기를 범한 이정은을 2타 차로 제쳤다.
경남 거제의 드비치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5년 대회는 ‘스텝스윙’ 김혜윤(29·비씨카드)의 부활 무대가 됐다. 김혜윤은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60㎝ 옆에 붙여 3년 만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결정지었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8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혜윤은 1번(파4)과 2번(파5), 4번홀(파4)에서 세 차례나 그린 주변 칩샷을 홀에 집어넣는 묘기를 선보였다.
2014년에는 허윤경(28)과 김효주(23·롯데)의 연장 승부가 멘탈 골프의 진수를 보여줬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강풍까지 몰아친 가운데 3타 차 공동 10위에서 출발한 허윤경은 2타를 줄여 공동 선두에 오른 뒤 김효주와의 첫 번째 연장전에서 2m 파 퍼트를 넣어 승부를 마감했다. 당시 시즌 5승을 거두고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 김효주는 마지막 날 정규 18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해 분루를 삼켰다.
2011년은 역대 우승자끼리의 연장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8년 챔피언 김하늘과 2009년 우승자 이현주가 맞붙었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지킨 김하늘이 우승했다. 김하늘은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고 3위도 두 번(2010·2012년) 했다. 2년 7개월의 우승 가뭄을 해갈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도 2011년 이 대회에서였다. 그해 김하늘은 상금왕과 대상·다승왕을 휩쓸었다.
2010년에는 준우승자 장수연(24·롯데)이 우승자 이정은5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당시 고1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은 최종합계 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15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골프백의 위치가 뒤늦게 문제가 됐다. 그린 주변에 놓아둔 골프백이 홀 쪽으로 세워져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2벌타를 보탠 장수연은 결국 연장에 가 첫 홀에서 졌다.
이정민(26·한화큐셀)은 2012년 이 대회에서 2년 5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한 후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이현주(30)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울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대회에 다녀야 했는데 2009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며 설움을 떨쳤다.
5월에 열렸던 첫해(2007년)에는 신지애(30)가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누렸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으나 마지막 날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1타 차로 역전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시즌 2승을 달성한 신지애는 이후 7승을 더 보태 시즌 9승을 쓸어담으며 상금왕과 대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총상금을 6억원에서 8억원으로 증액하고 4라운드로 규모를 키운 올해 대회에는 ‘상금퀸’ 경쟁을 벌이는 오지현·배선우·최혜진·이소영을 비롯해 김지현·김아림·조정민·장하나·김지영·김자영 등이 총출동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