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들 반발…'보육대란' 우려

한유총, 감사결과 공개금지 가처분
사과했지만 속내는 기존입장 고수
일부 집단휴업 등 실력행사 주장도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와 관련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힌 유치원연합회 측이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가 격화할 조짐이 보인다. 엄정 대응을 천명한 교육당국과 충돌할 경우 자칫 ‘보육대란’ 사태가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감사 명단을 받아 공개한 MBC를 상대로 감사 결과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손해배상과 정정·반론보도도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을 처음 공개한 박 의원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유총은 지난 16일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하게 돼 있고 교육비 지원은 학부모에게 직접 하게 돼 있다”며 “학부모가 받아서 유치원에 학비를 내는 형태가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이 ‘보조금’ 형태일 때는 유용이 적발되며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학부모를 통해 받는 ‘지원금’ 형태로 수령하겠다는 속셈이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사립유치원 국가회계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사립유치원 실정에 맞는 재무회계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연합회 측의 입맛에 맞는 회계 시스템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집단휴업’ 사태 때 주장한 것과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사립유치원 내부에서는 이미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내년부터 신입 원아를 받지 않겠다”며 ‘일방적 폐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충남의 한 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좌파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공모해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모는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유총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였던 최정혜 이사장이 물러나고 강경파 중심의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서 ‘강경론’이 더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와 여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사립유치원과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한유총 내부에서는 ‘집단휴업 등 실력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칫 지난해 가까스로 면했던 ‘보육대란’이 올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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