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람 끝난 수도권 신규 택지...수그러들지 않는 반대 여론

광명, 지자체 거부로 정부 직권 실시
성남선 토지·건물주 반대 집회 열려
시흥·의왕·인천 검암도 보상가 우려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가량 지났지만 경기도 광명시 등에서 반대 여론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광명시의 경우 주민공람을 지방자치단체가 거부해 정부가 직권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최초 계획대로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심하면 강제로 지구지정을 해도 보상·인허가 등에서 차질을 빚게 된다”며 “우선 공개된 8개 지구 모두가 아파트 단지로 바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부동산 업계 및 경기도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정부가 9·21대책에서 공개했던 신규 택지 후보군 가운데 광명 하안2, 성남 신촌, 의왕 청계 등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 지역 5곳에 대한 주민공람이 끝났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이번 주 내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해 국토교통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주민공람 내용을 파악해본 결과 이 가운데 광명의 경우 주민공람 기간 중 지구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통상 주민공람 기간 중 찬성 입장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재 분위기상 반대 입장이 많이 제출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명은 9·21대책이 나온 직후부터 지구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해당 지자체에서도 정부 정책에 유감을 표명하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에도 반대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자 통상 지자체가 담당하는 주민공람 절차도 국토부와 LH가 직접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광명시 관계자는 “기반시설 조성 등 관련 대책 없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앞서 밝힌 바와 같다”고 했다.


성남 신촌에서도 주민공람 기간에 기존 땅 주인들의 반대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토지주와 건물주 50여명이 모여 성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기도 했다. 성남시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수용이 되면 보상금액이 적을 것으로 예상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시흥 하중, 의왕 청계, 인천 검암동 등에서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의왕시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국가 정책 사업이고 자족기능 보완 등은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면 돼 대규모로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인천 검암동의 한 중개사는 “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사업과 검암역세권 개발이 함께 진행되면 일대 인프라 개선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곳에서도 향후 수용 보상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책정될 것인지가 사업 진척의 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주민공람 기간에 접수된 의견 중 상당수가 토지 수용 보상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정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적잖이 반기는 곳도 있다. 경기 의정부시가 대표적인 곳이다. 의정부시의 한 관계자는 “아직 주민공람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경우 아직 지구조성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경기 지역과 달리 사업 진척의 속도가 다소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9·21대책에서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 성동구치소 부지와 개포 재건마을에 각각 1,300가구, 340가구를 짓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날마다 집회를 열고 있고 강동구에서는 지자체장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면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된 하남 감북지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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