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대출 또 시동거는 당국

2분기부터 잔액 상승 반전
"車부품업체 여신 회수 자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동산담보대출 신규 공급액이 지난 2·4분기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산담보대출 공급액은 꾸준히 하락해왔지만 지난 5월부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압박’한 결과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600조원에 달하는 동산담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대출로 활용되는 것은 2,000억원에 불과해 동산담보대출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7일 6개 시중은행장과 3개 지방은행장 등과 ‘동산금융 활성화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산담보대출 신규 공급액은 올해 1·4분기 134억원으로 바닥을 찍었다가 2·4분기 285억원, 3·4분기 515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출잔액은 3·4분기 2,345억원이다. 대출잔액이 증가한 것은 2014년 1·4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금융위는 개별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관련 내규 개정이 8월 말 완료돼 9월부터 대출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점을 감안하면 취급액은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8월 말 모든 은행은 동산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종·자산·대출과목·담보인정비율 등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내규를 정비했다. 이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은 동산담보대출 신상품을 출시했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대출 한도가 꽉 찬 중소기업을 위해 생산시설과 같은 유형자산, 원자재,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동산을 평가하고 관리·회수하는 기반시설이 부족해 동산담보대출을 꺼려왔다.

최근 들어서야 은행들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기업이 은행 모르게 담보 물건을 경매로 처분하거나 중복 담보로 설정하는 등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동산담보대출 제약조건을 개선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0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신한 성공 두드림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한다. IBK 기업은행도 지난 5월 Io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은 출시 3개월 만에 138억원의 대출을 제공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자산이 새 신용보강수단으로 활용되면 창업·중소기업도 필요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과 관련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부진과 내수정체가 자동차 부품 업계의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업체들의 경영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여신 회수 등 은행권의 ‘비 오는데 우산 뺏는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한 차 부품업체 지원에 한계가 드러나자 시중은행을 동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