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한 직후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다”며 이같이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특별미사에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도 국무원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하고, 미사 후 연설 시간을 배치하는 등 한반도 평화 행보에 나선 문 대통령에게 이례적인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며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를 위해 차관급 ‘전략대화’와 ‘산업에너지협력전략회의’를 신설해 내년에 개최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또 △정무·국방 협력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위한 교역·투자·과학기술 발전 △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제고 등 실질협력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 강국인 이탈리아의 산업 구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강국으로 장인정신, 가족 중심의 가내공업 전통 등을 바탕으로 직원 50명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4%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49%로 유럽연합(EU)내 최고 수준이다. 이밖에 구찌, 프라다 등으로 대표되는 패션·섬유 산업과 고부가가치 농식품업이 발달해 있다. 양국은 중소기업 분야에서 상호 교류를 늘리는 한편,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공동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협업을 가동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18일 오후 12시(현지시간)부터 1시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과 배석자 없는 단독 면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교황 방북 초청 뜻을 전달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교황이 극적으로 방북을 수락한다면 방북 시기가 앞으로 가장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마=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