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은행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로 강화돼 적용된다. 지난해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및 올해 ‘9·13부동산대책’ 발표에 이은 가계부채 억제 대책의 완결판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이 컸던 지방 거주자와 저소득자의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 DSR 도입방안 및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그동안 100%선에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했던 DSR 규제비율을 70%로 확정한 것이다. DSR은 연간 소득에서 원리금 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가령 연소득이 1억원이라면 원리금 합계가 7,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 비율을 80%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막판 70%로 하향(강화)해 결정했다.
다만 DSR 70%를 넘기는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별로 차등 취급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신규대출 취급액 중 최대 15%선까지 DSR 70% 초과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반면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은 각각 30%, 25%의 상한선이 적용된다. 또 DSR 90%를 넘기는 초(超)고위험 대출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10%, 지방은행 25%, 특수은행 20%의 취급 상한선을 따로 적용하기로 했다.
DSR을 통해 가계대출을 죄면 저소득층과 소규모 사업자, 지방 거주자 등 한계 계층이 ‘대출 절벽’의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우리은행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주택담보대출 2억원(20년 만기, 금리 3.6%)과 카드론 1,000만원(1년 만기, 5.0%), 자동차할부 1,000만원(3년 만기, 4.5%)의 기존 대출을 진 연봉 5,000만원의 사람이 아파트 한 채를 더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일으킨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DSR 100%)는 최대 3억3,500만원을 빌릴 수 있지만 앞으로는 1억6,000만원으로 대출 가능금액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같은 빚을 지고 있는 연봉 7,500만원의 직장인은 대출 가능금액이 6억2,700만원에서 3억6,400만원으로 줄고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은 9억1,800만원에서 5억6,8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감소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 감소폭도 큰 셈이다.
그동안 DTI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DSR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등 부동산 규제 지역은 그동안 40~60%의 DTI 규제를 받아 DSR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관리해온 반면 지방권은 DTI 규제에서 벗어나 DSR이 높았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농민들은 연간 소득을 산정할 때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불리한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대출 한도가 줄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달 단기 대출을 통해 자금난을 그때그때 해소하는 영세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중에는 자재 구입 대금 기일과 수금 기일이 서로 달라 은행에서 그때그때 단기 대출을 받아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차주들이 향후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대사업자 대출을 내줄 때 임대소득을 따지도록 한 RTI 규제는 일단 기존 수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RTI를 강화할 경우 임대사업자들이 월세를 높여 받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