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미국·일본·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이 일자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 1년 새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일자리 호황의 중심에는 기술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도 있다. 서비스업은 미래 성장산업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보고로서 갖는 의미가 더 크다. 특히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2배가 넘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20여차례 관련 대책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혁신은 체감하기 어렵다. 제조업과의 노동생산성 격차는 지속하고 있으며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수준으로 10년째 정체 상태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못하고 있다. 이에 좋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성장 촉진을 위해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헬스케어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빅데이터 활용·원격진료 등에 관한 철벽 규제로 인해 산업 발전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15년 원격진료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원격 질병 모니터링 등 스마트 의료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원격진료 코디네이터·디지털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야독·클리닉스 등 온라인 의료시스템 회사가 등장해 중국 시장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규제 개선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너무 더디다. 강력한 실행력을 기반으로 시급히 규제가 혁신돼야만 한다.
둘째, 기업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해에만 핀테크산업에서 약 11조2,0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6만1,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영국 정부가 약 8,5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핀테크 중심의 테크시티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기업의 창업 및 성장·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 것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원이라는 명분하에 기업을 관리의 테두리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었다. 자율권을 가지고 혁신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를 풀어주고 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도 여기에서 탄생했다.
셋째,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스(MICE)산업은 미국에서 산업별 고용 효과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중국은 이 같은 효과에 주목해 마카오에 해외 MICE산업자본을 받아들여 단기간에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리적 조건 등 MICE산업 발전에 유리한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경쟁력 있고 고용 효과까지 높은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데이터와 관련한 규제 개선을 시작으로 서비스산업의 혁신 물꼬를 트고 있다. 또 서비스 신산업 육성을 통해 5년 안에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정부의 의지가 제대로 실행돼야 한다. 서비스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고 일자리 창출의 보고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