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이동제 만지작…中 중저가폰 문턱 낮춰주나

정치권, 유심이동제 완화 주장
"진입장벽 낮춰 외국산 늘리고
국내시장 스마트폰 가격 잡자"
업계선 "출하 늘어날지 의문"
정부도 부작용 우려 신중입장


정치권에서 국내 시장의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위해 외국산 중저가 단말기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추진에 이어 이번에 유심이동성 제도 완화까지 카드로 꺼낸 것이다. 단말기 제조사간의 판매 경쟁이 치열해져 국내 스마트폰의 유통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예상이다. 제도가 바뀌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게 단말기 업계의 전망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 3사의 국내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유심이동성 제도 완화방안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추진을 촉구하며 출하가격 인하를 압박한 데 이어 이번엔 외국산 단말기의 진입문턱 낮추기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유심이동성제도는 모든 단말기에서 이동통신3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한 것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통신사를 변경하려면 호환이 안 돼 단말기까지 같이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자 지난 2013년 도입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단말기제조사는 제도 초기부터 여기에 맞춰 스마트폰을 출하 하다 보니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샤오미, 화웨이 등 외국산 스마트폰은 이 규격을 준수하기 위해 별도의 개발기간과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유심이동성제도가 외국산 중저가폰의 국내 출하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대략 60% 정도다. LG전자(12%)와 애플(19%)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점유율은 8%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에 정식 출시된 외국산 단말기는 27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3개사의 점유율이 워낙 높고 진입장벽이 있다보니 외국산 단말기 출시가 잘 안 되고 스마트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변재일 의원은 “지난 2017년 샤오미의 홍미노트5가 국내에서 29만9,000원에 출시되자 삼성전자 경쟁모델인 A5의 가격이 기존 46만원에서 29만7,000원으로 인하됐다”며 “외국산 단말기가 늘어나면 경쟁이 촉발돼 스마트폰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화웨이 등 제조사들은 성능 면에서 국내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해 아직 편견을 갖고 있는데 실제 사용해보면 ‘가성비’ 측면에서 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유심이동성 문제 외에도 마케팅방안 등 여러 부담요인으로 인해 제품 출하를 확대하지 않는 만큼 이 제도만으로 출하가 급격히 늘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변재일 의원측이 요구한 유심이동성제도 완화는 가능하지만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 의원 측은 현재 유심이동성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되 저가의 외국산 단말기에 한해 예외 규정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저가 스마트폰에만 예외적으로 유심이동성 완화를 하는 방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며 “외국산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이동통신사를 옮기려다 단말기 호환 문제를 뒤늦게 알게 돼 곤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