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엄용수(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부실 공공기관까지 정부의 단기 일자리 급조 계획에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관의 자회사 재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자리를 늘리면 경영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공공기관 자회사 472개 중 202개의 자회사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자회사의 절반 정도가 부실경영으로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당기순손실액 규모만 4조251억원에 달한다. 개별 공공기관을 들여다보면 자회사의 방만경영 실태는 더 심각하다. 한국산업은행은 자회사 92곳 중 47곳이 적자를 기록해 자회사 손실액만 7,388억7,200만원이고 자회사 22곳 중 13곳에서 적자를 낸 한국석유공사의 손실액도 6,969억5,800만원에 달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예금보험공사·한국수출입은행 등도 자회사의 절반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했으며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자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정부의 요구에 못 이겨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자회사가 169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JDC파트너스’라는 또 다른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256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JDC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기 일자리 의혹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JDC는 정부가 단기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자 축제 진행요원, 전단지 배포 인력 등 근무기간이 1주일 이내에 불과한 단기 아르바이트 62명을 비롯해 총 530여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엄 의원은 부실한 경영으로 공공기관 자회사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기재부가 공공기관 전체에 공문을 보내 단기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 것은 공공기관 경영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만한 경영으로 공공기관 자회사들의 당기순손실이 지난 한 해 4조원 넘게 발생했다”며 “방만경영과 불필요한 증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기재부가 오히려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태로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