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의 가장 큰 이유는 투자 감소다.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존 1.2% 증가(전년 대비)에서 0.3% 감소로 대폭 하향했다. 하반기만 보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 전망치도 기존 -0.5%에서 -2.3%로 낮췄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건설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을 대폭 낮춘 것은 최근 고용쇼크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월 30만명→4월 26만명→7월 18만명으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에는 9만명으로 하향했다. 고용 전망이 3분의1토막 난 셈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은 1.6%를 유지했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언론에 보도된 세율 10%포인트 인하, 기간 4∼6개월을 전제로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에 일부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 유류세 인하로 소비자물가가 월 0.2%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성장률을 올해와 같은 2.7%로 유지한 것은 투자가 소폭이나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한은은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이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으로 부진하겠지만 올해 지연된 정보기술(IT) 분야 투자가 실현되면서 설비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일자리 증가는 16만명으로 기존 전망치(24만명)보다 하향 조정했지만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일자리·소득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 구조조정의 영향 등으로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2.7%에 대해 이 국장은 “잠재성장률 산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잠재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한은이 제시한 잠재성장률은 2.8~2.9%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내년 하반기 70달러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했고 고용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성장률은 2.5~2.6%로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라며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체감경기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고용 부진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둔화, 정점을 지나는 미국 경기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