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독주가 과속화하고 있는데도 보수 진영은 분산돼 있어 대응이 지리멸렬한 상황입니다. 바른미래당과 재야의 보수 인사들이 모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수 대통합’을 이뤄내야 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8일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 석좌교수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사안마다 생각을 달리하는 야당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으면 정권의 독주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비판력과 투쟁력은 ‘단일대오’의 힘에서 나온다”고 힘줘 말했다.
‘범(汎)보수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보수 유력 잠룡인 오 전 시장 영입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1년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7년간 중앙정치 무대에서 떠나 있었던 그의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석좌교수로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최근 5학기째 ‘정책과 미래’ 강의를 해온 그는 인터뷰 내내 정계 복귀와 관련해 “당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라도 현실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 전 시장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용태 사무총장과의 회동에서 큰 틀에서 동참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입당 자체보다는 들어가서 하게 될 역할이 더 중요한데 그런 맥락에서 행보를 결정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지도체제나 전당대회 선출 방식 등의 변화 여부와 과정을 지켜보며 주위와 당내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당 의원 64%가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는 나경원 정당개혁위원장의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공천과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지도체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더라도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보완장치는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한국당의 인적쇄신, 보수 대통합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인적쇄신, 보수 대통합에 실패하면 한국당은 더 존재감 없는 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악의 경우 개헌 저지선인 의석 3분의1도 확보하지 못해 일방적인 개헌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장 재임 경험이 있는 그에게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갈등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오 전 시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장시간을 할애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대책들을 보면 ‘과연 이 정권이 주택공급정책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갖고 있기나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주택공급을 위해 꼭 그린벨트를 풀어야 했다면 정부 출범 때 밑그림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급등하니 이제 와서 허겁지겁 풀자고 하고, 그러는 가운데 국토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는 것 자체가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울에 그린벨트를 풀 곳이 어디 있나. 풀어도 자투리땅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집값 급등의 근원지가 서울 강남인데 강남에 공급을 해야지 왜 의왕·광명 등에 공급을 하나”라며 “오르는 지역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된 후 10년 뒤 공급이 이뤄지는 만큼 저출산, 1~2인 가구 확대 추세에 맞춰 원룸·투룸 등 작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임지훈·양지윤기자 jhlim@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