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조한국]車생산 10년 전으로 곤두박질치는데...툭하면 '밥그릇 파업'

<3>고비용, 저효율 부추기는 노조
현대차 영업이익률 3.5%로 추락했는데 7년 연속 파업
기아차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출혈 큰 '勞리스크' 추가
철강·전자도 노조설립 바람...적기 경영판단 침해 우려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6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올해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규직 전환 붐이 거셌던 지난해 말. 서울교통공사도 1,285명이 무기계약직 신분을 벗어나 정규직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려 10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친노조 정부를 등에 업은 노조는 경영 참여 요구를 넘어 채용 등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의 본질은 간데없고 밥그릇 투쟁만 일삼는 강성노조는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까지 위기로 몰고 있다.

귀족노조로 악명 높은 자동차 산업은 정규직화 이슈에 홍역을 앓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의 신분 변화를 두고 정규직 ‘전환’이냐, ‘채용’이냐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 자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임에도 노조는 독단적 이익에 매몰돼 있다. 현대자동차의 올 영업이익률은 3.5%(상반기 기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2년 10%에서 반 토막이 났다. 올해 국내 차 생산량이 2008년 수준인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올해 7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생산성과 무관한 고임금을 떠받치기 위해 마치 관행처럼 파업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2~2017년 현대차 울상공장장으로 노사교섭을 주도한 윤갑한 전 사장은 “노조가 과거 고성장세를 구가하던 시절의 관행에 젖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회사가 정말 회복 불가능한 위기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업 망가지는데 고비용 초래하는 정규직화 바람=요즘 차 업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로 시끄럽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 1,3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애초 사측은 정규직화 요구에 난색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까지 나서 사측을 압박하면서 결국 입장을 바꿨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조가 이에 대해 ‘꼼수’라며 반발하면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 기아차가 불법파견을 저지른 혐의가 있는 만큼 ‘채용’이 아니라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채용’은 이전 경력을 다 인정받지 못하지만 ‘전환’은 입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일했던 기간 대부분을 근무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 문제다. 사내 하도급 노동자로서 10년간 일하며 연평균 6,000만원을 받고 같은 연차의 기아차 직원이 9,00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기아차는 2억4,000만원에 달하는 8년분의 임금 차액을 소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입장에서 보면 불법파견이 자행된 만큼 정당한 권리를 찾는 행위”라면서도 “회사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출혈이 큰 노조 리스크를 추가로 안게 됐다”고 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노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달 초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법정관리 문턱까지 간 한국GM 노조도 연구개발(R&D) 법인분리에 결국 파업 카드를 빼 들었다.


◇철강·전자 등 재계 전반으로 번져가는 노조 리스크=지난달 국내 철강 업계 1위 기업인 포스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출범했다. 삼성전자에도 노조가 들어선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국내 최대 게임 업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 노조)에도 잇따라 노조가 결성됐다. 자동차·조선에 이어 철강·전자 업계에도 ‘노풍(勞風)’이 일고 있다. 재계는 노조 설립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다만 그간의 노조 행태를 봤을 때 적기에 자율적인 경영판단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재계의 한 임원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를 도입하거나 실적에 비례해 성과급을 책정할 때 노조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지나치게 딴죽을 걸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노조의 이기주의가 새 일자리 창출을 막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좌초 위기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가 대표 사례다. 현대차가 광주의 완성차 위탁조립공장 설립에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노조는 기존 현대차 공장의 조립물량 축소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금 외에도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 내 노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양대 노총과 같은 거대세력과 연계할 경우 비대해진 노조의 목소리가 상식선을 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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