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전산 종법사 "불의까지 품는 정의 실현해야"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大山) 김대거(1914~1998) 종사의 평생 신조는 ‘남을 나로 알고 산다’였습니다. 이게 바로 ‘무아봉공(無我奉公)’으로, 나를 비우고 세상을 위해서 바치는 겁니다. 저도 과거에는 법을 세우는 데에만 신경을 썼는데 나이가 드니 달라졌습니다. 법을 세우는 목적은 사람을 살리자는 것인데 사람을 상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宗法師)로 선출된 전산(田山) 김주원(사진·70) 종법사는 18일 전북 익산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가지고 있는 신념과 함께 신임 종법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불의를 상대해 이겨서 세우는 정의는 오래가지 못한다. 불의까지 품어서 세우는 정의가 오래가기 마련”이라며 “정치에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겠지만 정의와 불의의 한계를 넘어 정의를 실현하는 게 종교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산 종법사는 “물질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가 되고 있다”며 “물질을 활용할만한 정신, 도덕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불교에서 참된 수도는 산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활 가운데에서 마음을 잘 써나가는 것”이라며 “생활 속에서 자신의 모든 활동을 세상에 유익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불교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소감에 대해 그는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잘 모르겠고, 이게 내 자리가 맞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전했지만 원불교를 이끌 방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가 원불교를 세우실 때 하시고자 했던 정신에 따라 늦든지 빠르든지 원칙대로 해보고자 한다”며 “미래를 보고 욕심을 버리고 사회를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자고 나면 통일이 됐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올해 들어 실제로 그런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미워하는 마음이 상당히 없어진 것 같다”며 “봄이 올 때 꽃이 한 번에 확 피는 시기가 오는 것처럼 세상의 기운이 바뀌는 것도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북을 비롯해 서로 갈등과 다툼이 있었다면 어두운 과거에 대한 대참회를 하고, 서로 원망하는 마음을 풀고, 어리석은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기할 것이 늘어가는 N포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는 ‘절처봉생’을 꼽았다. 나를 죽기로 던지면 정당한 일에 반드시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끊어지는 곳에서 생을 만난다는 뜻으로, 다 끝난 것 같지만 거기서 다시 한 길이 살아난다는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서 다른 방법으로 노력해나가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고 전했다.

1967년 출가한 전산 종법사는 총무부장, 경기인천교구장, 교정원장, 중앙중도훈련원장, 영산선학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교단 최고의결기구인 정수위단원으로 세 번 선출됐으며 2006년에 종사위를 서훈 받았다. 다음 달 4일 취임하는 전산 종법사의 임기는 6년이다.
/익산=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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