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죄책감 없이 먹고 입고 꾸미세요"…비건 입은 '착한 브랜드'가 뜬다

[동물보호에 꽂힌 식품·뷰티·패션]
이마트, 동물복지 축산물 매출↑ 웃음꽃
동물성 성분 사용 안한 화장품도 다양해져
윤리적으로 털 뽑은 '다운제품'도 대거 선봬

아워글래스 화장품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로가디스 신슐레이트 코트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 하림의 ‘그리너스’, 어반디케이, 러쉬의 공통점은 뭘까. 동물 착취, 동물실험 등을 배제하고 제품의 전 생산 과정에서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브랜드다. ‘먹고 입고 꾸미는’ 일상에서 동물권을 의식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식품·패션·뷰티 등 업계를 불문하고 ‘착한’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동물복지를 반영한 식품에 대한 수요는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급증했다.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닭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안겨줬다. 비윤리적인 사육 과정은 소비자의 건강까지 해친다는 의식이 공유되면서 착한 소비자가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축산품 등 동물복지 상품의 매출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신장했다. 동물복지 인증은 안전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자란 축산물에 대해 정부가 공인하는 제도다. 일반 제품에 비해 30~35%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손길은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공정무역 열풍으로 착한 커피를 사 마시던 것처럼 소비자들이 가치소비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왕이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적 식생활에서 나아가 ‘비건 뷰티’도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제품 개발에 동물실험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동물성 성분 사용을 원천 배제한다. 지난해부터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의 유통·판매를 금지한 화장품법에서 한 단계 발전된 것이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건 화장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근 국내 판권을 확보한 럭셔리 색조 브랜드 ‘아워글래스’도 비건 화장품을 표방한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국내 뷰티 업계에서도 비건 화장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동물 유래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워터뱅크 하이드로 에센스’를 출시했다. 이 에센스는 영국 비건협회에서 부여하는 ‘비건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린 스타트업’을 통해 ‘가온도담’이라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도 선보이고 있다.


올겨울도 어김없이 ‘비건 패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운(오리·거위털)을 생산하기 위해 산 채로 털을 뽑는 ‘라이브 플러킹’에 반대하며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된 다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윤리적인 방법으로 채취한 다운 제품을 인증해주는 글로벌 인증 기준 ‘RDS(Responsible Down Standard)’가 생기기도 했다. RDS 인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농장에서 사육·도축되는 과정에서 동물복지 준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모의 채취부터 완제품이 생산되기까지 전 공정이 현장심사와 추적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착한 패딩을 출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번 시즌 코오롱스포츠는 RDS 인증을 받은 구스다운을 90% 이상 사용한 도심형 다운재킷 ‘헤스티아(Hestia)’를 선보인다.

다운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상품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는 합성 보온 소재인 ‘신슐레이트’를 사용한 코트를 선보였다. 울·캐시미어 혼방 소재의 코트 안감에 신슐레이트를 적용해 보온성을 챙기면서 무게는 덜어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수년간 비건 패션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지면서 신소재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신슐레이트와 같이 경량성과 보온성을 동시에 갖춘 소재가 의류 및 액세서리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페이크 퍼(인조 털)’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관련 상품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에잇세컨즈는 페이크 퍼 소재를 사용한 재킷·점퍼·코트 등 다양한 컬러와 길이감의 상품을 출시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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