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앞에서 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동탄=권욱기자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 집단 불참 등 실력행사에 나선 가운데 교육당국이 본격적인 강경 대응을 시작했다. 여기에 학부모 단체들이 규탄 집회에 나서는 등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압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립유치원 측은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온라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 재정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등 내용을 담은 ‘사립유치원 처음학교로 참여 확대방안’을 공개했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정보와 입학신청, 추첨까지 진행되는 온라인시스템이다. 100%가 참여하는 국·공립 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들의 참여율이 2.8%로 극히 저조하다 보니 교육청에서 참여 독려를 위해 재정 지원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다. 교육청은 처음학교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 월 52만원의 원장 인건비 지원금과 월 15만원의 학급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또 처음학교로 미이용 유치원을 내년도 우선 감사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에 이어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비슷한 수준의 제재에 동참할 방침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처음학교로 불참은 국민을 볼모로 하는 행동”이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의지를 모았다. 법령상 할 수 있는 행정처분을 모두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교육부는 국회에서 비공개 협의를 갖고 사립유치원 비리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국가회계시스템 적용 방안과 감사 강화, 감사 적발 유치원의 실명 공개 여부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도 나섰다.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 모임인 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집회를 열고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동탄은 유치원 교비 7억여원을 유용한 환희유치원과 한국유치원단체총연합회(한유총)의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설립한 유치원이 소재한 곳이다. 전날에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집회를 열고 ‘비리유치원 퇴출’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9~20일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사립유치원 감사 명단 공개는 잘한 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2.4%로 ‘잘못한 일’ 답변(10.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전방위 압박에도 사립유치원은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유총은 처음학교로 집단 불참 결정에 이어 “공금횡령·유용으로 징계받은 교육부 공무원 77명을 실명 공개하라”며 교육당국에 대한 ‘맞불작전’을 이어갔다. 이밖에 주말 동안 교육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문을 수 차례 발송하며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한유총 관계자는 “정부의 감사 명단 공개 등 법적 문제가 있는 부분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위원회 위원인 조소영 부산대 법대 교수는 “주관 행정처인 교육부가 감사 결과 공개 등 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사립유치원의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