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서울경제 클래식 D-3] 자연이 선물한 코스…아름답지만 공포의 '파4홀' 있다

한국 첫 '세계100대 코스' 선정
작년 보기 51개 쏟아진 7번홀
'착시그린' 18번홀 등 공략 어려워
길어진 러프·유리판 그린도 난제

핀크스 골프클럽 전경

“셔터만 누르면 그냥 엽서가 될 것 같아요.”

지난해 처음으로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 참가한 선수들은 환상적인 풍광과 정갈하게 관리된 코스에 엄지를 들어 보였다.

지난 1999년 개장한 핀크스 골프클럽은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품은 곳이다. 라운드 내내 한라산과 오름, 서귀포 해안의 산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미국의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 테오도어 로빈슨이 설계한 전략적인 코스가 자연의 일부인 듯 녹아들었다. 2005년 국내 골프장 최초로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코스로 뽑히는 등 한국 골프장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 자연 특유의 선을 살린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코스는 여자골프 한일 대항전인 핀크스컵,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유럽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등의 국내외 굵직한 대회를 치러내며 국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검증을 받았다.


전체 길이가 지난해 6,489야드에서 6,664야드(1·2라운드는 6,643야드)로 175야드 더 길어진 핀크스 코스의 승부처는 파4홀들이다. 길고 까다로운 홀이 여럿 있다. 지난해 홀별 평균타수를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7번홀(평균 4.20타)이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8번(3위), 1번(5위), 6번(7), 12번(8위), 13번(9위), 15번홀(10위) 등 ‘난도 톱10’에 파4홀 7개가 포함됐다.

지난해 대회에서 선수들을 가장 괴롭혔던 핀크스 골프클럽 7번홀(파4)

7번홀은 길이가 420야드에 달한다. 지난해 1·2라운드 동안 버디는 14개 밖에 나오지 않았고 51개의 보기와 5개의 더블보기가 쏟아졌다. 일부 선수들은 “이 홀이 어려운 이유는 파5홀이 됐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왼쪽으로 약간 휘어졌지만 전체적으로 길게 뻗은 형태다. 그린 앞쪽에는 좌우에 벙커가 있어 티샷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벙커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난도 3위에 올랐던 8번홀은 지난해 385야드에서 397야드로 더 길어졌다. 불룩 솟아오른 포대 형태의 그린은 폭이 좁고 세로로 긴데다 2개의 벙커가 그린을 앞에서 엄호하고 있어 정교한 방향성이 요구된다.


18번홀은 올해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를 또 하나의 파4홀이다. 설계자 로빈슨이 가장 사랑했던 아름다운 이 홀은 지난해 360야드로 세팅돼 난도 12위의 온순한 양 같았지만 올핸 숨겨뒀던 발톱을 드러낸다. 1·2라운드 때 388야드, 3·4라운드 때는 409야드로 더 길어진다. 그린은 제주 특유의 착시현상으로 오르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지 또는 약간 내리막이라 더 까다롭다. 결국 핀 앞쪽에 세컨드 샷을 안착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린 앞으로는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워터해저드와 연결된 개울이 가로막고 있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길어진 러프와 유리판 그린도 풀어내야 할 과제다. 들잔디보다 질긴 켄터키블루 그래스가 식재된 러프는 짧게 깎은 부분이 35mm, 긴 부분은 최고 65mm라 깊은 곳에 잠긴 볼은 빼내기가 쉽지 않다. 페어웨이가 좁은 편은 아니나 벗어나면 그린 공략 때 거리와 방향을 맞추기가 힘들어진다. 그린 스피드는 3.4m 이상을 유지할 예정이다. 그린스피드는 약 1m 길이의 막대인 스팀프미터로 측정하는데 평탄한 지점에서 20도로 기울이고 몇 차례 볼을 굴려 굴러간 평균거리로 나타낸다. 3.4m는 10피트가 넘는 속도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수준이다.

벤트그래스 페어웨이 적응도 관건이다. 벤트그래스는 그린에 쓰이는 카펫 같은 고급 잔디로 볼이 풀 위에 떠 있지 않고 지면에 거의 붙어 있기 때문에 정교한 볼 스트라이킹이 필요하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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