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 문제는 장기수익률이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운용철학·정책·인력·체계 '4P'
국민연금, 모두 불분명한 상황
이대로면 장기수익률 5% 안돼
뚜렷한 목표·방향부터 잡아야


최근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의하면 예상 고갈 시점이 앞당겨졌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을 하지 않으면 후세대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쌓아둔 적립금을 잘 굴리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재정추계에서 수익률은 70년 동안 달성하는 수익률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이른바 장기수익률이다. 장기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기 위해 자산 구성 변경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운용전략 중 하나다. 이러한 운용전략의 위험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장기투자는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줄고 평균 수익률이 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민연금의 단기수익률이 아닌 장기수익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상반기 수익률이 0.9%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 해석과 처방이 제시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1년도 안 되는 단기수익률은 그것이 절대성과든 상대성과든 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성과평가를 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률을 측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운용방향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위해서다.

해외 연기금과 비교한 반기수익률의 상대평가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과거 3년이나 5년, 10년 등으로 측정하는 장기성과의 변화다. 올 상반기 성과로 인해 기금의 장기수익률이 얼마나 하락했으며 해외 연기금과의 장기적인 상대성과는 왜 벌어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운용에서는 장기성과를 담보하기 위한 요건으로 ‘4P’를 이야기한다. 즉 운용철학(Philosophy), 운용정책(Policy), 운용인력(People), 운용체계(Process)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금의 운용철학은 기금운용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정책서에 명시돼 있으나 최근 공공투자 확대 논란 등으로 공공성의 원칙에 대한 재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기금의 장기적 운용방향을 설정하는 운용정책은 중장기 자산배분으로 실현한다. 하지만 최근 4차 재정계산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아직 장기운용정책을 수립하는 기준인 목표수익률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장기성과의 4원칙 중 운용인력과 운용체계에 대한 평가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기관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핵심 운용인력의 이탈이나 변경은 자금이 즉시 회수될 정도의 심각한 계약 위반이다. 장기투자를 성공하려면 운용인력의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금의 최고운용책임자(CIO)는 1년 이상 공석이었고 주요 자산의 핵심 운용인력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는 현 상황이 기금의 장기성과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작금의 단기수익률을 인력 이탈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많은 박수를 받았던 2017년의 성과도, 2018년 논란이 되는 수익률도 기금의 4원칙과는 무관한 시장 상황의 반영일 뿐이다.

국민연금의 장기수익률은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기금의 장기수익률은 5%를 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 정도의 수익률이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투자는 대양을 건너는 긴 항해다. 현재 국민연금은 목적지는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최대한 안전해 보이는 항로로 가자는 운용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만나는 작은 풍랑에도 걱정과 논란이 반복된다. 국민연금이 걱정해야 할 진정한 위험은 잦은 출렁임이 아니라 70년 후에 원하지 않는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기수익률의 부침이 아니라 장기수익률의 방향성이다. 지금이라도 어디로 갈지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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