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쇼핑몰 코리아 실크로드 연다] "e스포츠 향한 애정으로 창업…전세계서 MD상품 주문 폭주"

<12>양영재·이강문·호진솔 이니시 공동대표
창업 첫해부터 매출 3억 넘기며 순항
롤파크에 매장 마련…추가성장 기대

이니시의 이강문(왼쪽부터)·호진솔·양영재 대표가 한 데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니시

“세계적으로 e스포츠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국내의 경우 e스포츠 인기가 뜨거운 편인데도 MD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없더군요. 때마침 모인 멤버들이 스포츠 MD상품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물론 노하우까지 풍부해 함께 창업에 나서게 됐습니다.”(양영재 이니시 대표)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니시는 e스포츠의 MD상품을 제작·판매하는 쇼핑몰이다. 한양대 대학원 글로벌 스포츠산업학과에서 스터디를 통해 만난 양영재(32) 대표와 이강문(36)·호진솔(29) 대표가 의기투합했다. 제약사 등에서 영업을 했던 양 대표와 농구 관련 의류·MD상품 업체를 창업한 이 대표, e스포츠협회에 재직했던 호 대표가 함께 만나 ‘e스포츠 MD 상품 전문 쇼핑몰’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어찌 보면 운명이었다.

이 대표는 “스포츠 쪽 취업 시장은 협회나 구단, 스포츠 MD 상품 업체를 제외하면 취업 시장이 굉장히 좁은 것이 현실”이라며 “바늘구멍 같은 취업 시장에 목을 매기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창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스터디를 시작했고,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니시는 지난해에만 3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농구·야구 등 전통 스포츠가 유니폼 등의 MD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는 MD상품이 전무하기 때문.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든 덕분에 창업 첫해 대기업 계열 유명 구단들의 MD상품을 판매했으며, 현재는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의 10개 프로팀 중 3개 팀의 MD상품을 담당하고 있다. 호 대표는 “e스포츠를 운영하는 인력이 많지 않아 그동안은 MD상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 작업을 대행하는 이니시와 같은 업체가 나타나면서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e스포츠는 해외 팬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중국과 대만,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와 유럽,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니시는 카페24(042000)를 통해 구축한 영문·중문몰을 통해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양 대표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으나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구단의 유니폼 등을 사고 싶다는 해외 팬들의 문의가 늘어나 지난해 9월부터 해외 판매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이니시의 등장으로 e스포츠 MD상품 시장의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전통 스포츠 MD상품을 판매하던 업체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이니시만의 전문성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이 대표는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후발업체가 생기고 있지만 우리는 e스포츠만을 전문으로 하는 만큼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통스포츠와 e스포츠는 팬들의 성향이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보다 세분화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성장도 기대된다. 그동안 e스포츠 MD상품만을 위한 공간이 없어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달 열린 서울 종로 그랑서울 롤파크에 MD상품샵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전통스포츠나 뮤지컬 등을 포함한 MD상품은 주로 경기가 진행되는 경기장이나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 등 현장 판매량이 높다. 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결승전 외에는 MD상품 판매가 진행되지 않아 현장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 대표는 “경기장이 협소해 결승전이 아닌 이상 현장판매를 진행하지 않다 보니 e스포츠 MD상품의 존재도 모르는 팬들이 많았다”며 “롤파크에는 판매공간이 마련돼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스포츠에 대한 인식 부족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때 e스포츠 종주국이었던 국내 시장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에 정체를 맞았고 결국 중국과의 경쟁에도 밀렸다. 이 대표는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만큼 e스포츠 시장을 키우는 정책적 접근이 아쉽다”며 “e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역시 많이 부족한 편인데 대중의 인식 역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