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日, 방위대강에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뺀다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올해 말 개정하는 ‘방위대강’에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라는 표현을 명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방위대강은 향후 10년간의 방위력 정비 지침을 담은 일본의 장기 방위 전략으로, 현 방위대강은 아베 신조 정권 수립 초기인 지난 2013년에 마련됐다. 적 기지 공격능력은 일본을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등의 공격을 사전에 막기 위해 적의 거점을 타격하는 능력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지난 몇 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군비 증강 등으로 안보환경이 악화하자 일본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와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올 5월 자민당 안보조사위원회는 방위대강 개정을 위해 내놓은 제언을 통해 미사일 공격을 받은 후 적의 후속 공격을 막기 위한 ‘적 기지 반격능력’의 개념을 제창한 바 있다.

■공격능력 명기 왜 미뤘나

장거리 미사일 도입으로

사실상 공격능력 갖춰져

“야권 자극 말자” 의도도


일본 정부가 장기 방위 전략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명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거리가 긴 순항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적 기지 공격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방위성은 지난해 사정거리 900㎞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적 기지 공격이 도입 목적은 아니다”라고 공식 설명했지만 방위성의 한 간부는 “만일의 사태에는 공격할 능력이 있다”고 신문에 밝혔다. 방위대강에 명시만 하지 않을 뿐 적 기지 공격능력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난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항목까지 방위대강에 포함시킬 경우 개헌에 반대하는 야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정무적인 판단도 작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민당은 오는 24일 소집하는 임시국회에서 자위대 존재 근거를 명기하는 내용의 당 개헌안을 헌법 심사회에 제시할 예정이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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