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P 성장함정' 빠지나] 주력산업 휘청...신산업은 실종

車·조선 '흔들' 반도체 '中위협'
30년째 교체선수 없이 매달려
신산업 없인 성장률 회복 난망


지난 1983년 삼성전자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이후 삼성은 대규모 선제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로 올라섰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1986년 ‘포니엑셀’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난해 전 세계에서 718만대를 팔아치울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두 축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1980년대 씨를 뿌린 산업이 30여년째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조선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을 정도로 수출을 책임져왔다. 이 같은 구조는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주력산업이 잘나갈 때는 호황을 맞지만 이들이 고꾸라지면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차·선(電·車·船)’ 3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보니 새로운 산업이 나올 토양도 약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원인으로 30년째 반도체를 앞세운 전자와 자동차·조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꼽는다. 이는 수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12대 주력산업의 수출증가율은 4.3%지만 반도체와 조선, 석유화학을 빼면 -0.1%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경직화된 노동시장과 넘치는 규제에 성장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구조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장률을 높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반도체는 올해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한국을 맹추격 중이다. 자동차는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경쟁업체보다 한발 밀렸다는 평가를 받고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조선업은 수주난 속에 대형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일본은 로봇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일하게 한국 경제가 의존하던 반도체마저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데 이를 보완할 신산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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