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서두르지 마라" 북미 핵담판 해 넘기나

美 당국자 "정상회담 내년 1월"
연내 종전선언·제재완화 힘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마라. 잘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전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시기를 내년 1월로 언급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비핵화 협상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연내 북미 정상 간 핵 담판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속도조절론’을 강조한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FFVD)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벼랑 끝 외교술을 펼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정치유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을 언급하던 중 “경제를 보라. 북한을 보라”며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치르려고 했었다”며 자신의 외교성과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그것(북한 문제)은 잘 될 것이다. 잘 될 것이다”라면서 “서두르지 말아라(Take your time). 잘 될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못 박지 않은 것은 FFVD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확실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 때 6월13일로 시기를 못 박으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 어려움을 겪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19일 “(북한이) 비핵화에 빨리 도달할수록 제재를 빨리 해제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따라 제재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공항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차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북한 비핵화와 연계돼 있는 연내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완화도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남북이 추진하는 경협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열흘쯤 뒤에 자신과 자신의 카운터파트가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를 시사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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