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미 공공의주방 대표. /사진제공=공공의주방
“과거에는 집밥이라는 게 대단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족이 모두 바쁘게 살다 보니 집에서 밥 한 끼를 같이 먹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시대가 됐어요. 일본의 경우 과거 경기불황기에 외식을 꺼리고 집에서 요리를 하는 일이 늘어났다고도 하죠. 최근 우리나라에서 몇 년 동안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는데, 이건 요리를 전업주부나 전문가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의 영역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003년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던 안 대표가 쿠킹 클래스 플랫폼을 창업하게 된 데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결혼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레스토랑 개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안 대표는 퇴사 후 직접 요리를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이탈리아 요리학교와 요리학원, 각종 쿠킹 클래스 등을 섭렵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의문을 갖게 됐다. 각종 요리 TV 프로그램이 연일 인기를 끌면서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는 쿠킹 클래스를 개설한다거나 개설해달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지만 이를 사업화한 기업은 없었기 때문이다. 쿠킹 클래스 강사들은 여전히 블로그나 카페에 쿠킹클래스를 연다는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선착순 방식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강생은 일일이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며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안 대표는 “다른 분야는 빠르게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쿠킹 클래스 시장은 여전히 계좌이체로 수강료를 받는 등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니즈는 커지는데 시장은 정체돼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직접 창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은 ‘누군가가 나서서 만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몇 년을 기다렸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 결국 ‘그만 기다리고 내가 만들자’는 생각에 직접 창업에 나서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공공의주방이 개최한 ‘캠핑요리 전문가에게 배우는 집에서도 폼나는 캠핑요리 만들기’ 클래스에서 수강생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공의주방
공공의주방은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베타서비스를 오픈한 데 이어 7월에는 무료 클래스를 진행했으며 현재 벤처캐피털(VC)과 투자계약을 체결해 사이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사이트를 정식 오픈하며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업을 개설하거나 예약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수차례의 설명회를 통해 100여명의 요리 강사를 모집한 상태다. 안 대표는 “유명 셰프 뿐만이 아니라 일반 주부 등 누구나 자신이 강점을 갖고 있는 레시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수업을 들은 수강생이 강사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서 클래스의 퀄리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리를 가르쳐주는 학원은 많아요.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먼 거리에 있는 학원을 찾아가야만 하죠. 공공의주방은 서울이든 부산이든 혹은 내가 여행을 간 장소에서든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가까운 클래스를 찾아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기존 학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안 대표는 공공의주방을 통해 누구나 ‘나만의 요리’ 하나쯤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엄청난 실력을 지닌 요리의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초대했을 때 대접할 수 있는 음식 하나쯤은 만들 수 있는 식이다. 안 대표는 “커피 하나를 타더라도 센스 있게 내려주거나 음료를 줄 때에도 독특하게 줄 수 있도록 나만의 요리 팁을 가지게 하는 것이 공공의주방의 목표”라며 “많은 사람들은 요리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원데이에서부터 정규과정 등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열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주방이 개최한 ‘파티요리전문가에게 배우는 플라워스시 & 월도프샐러드 만들어보기’ 클래스에서 수강생들이 완성된 요리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공의주방
“쿠킹 클래스는 단순히 레시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정을 나누는 친밀한 감정에서부터 음식을 대접받는다는 따뜻함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입니다. 외식이 각광받던 과거와 달리 나만의 센스나 노하우를 보여주는 집밥 요리가 선호되는 만큼 이 같은 니즈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할게요.”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