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해사기구에서 선박의 질소산화물 배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나노(187790)의 탈질 촉매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몇 년 내 환경 관련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신동우(58·사진) 나노 회장은 22일 서울 잠실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현재 이산화티타늄(TiO2), 탈질촉매 모두 캐파(총생산능력)를 초과해 생산하고 있다”며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한데다 감가상각도 거의 끝나 앞으로는 매출과 수익을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가시적인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나노가 현대중공업에 37억원 어치 납품했는데 올해는 100억원, 내후년엔 200억원 규모의 탈질 촉매 공급을 전망하고 있다. 선박을 비롯해 공장 탈질 촉매, 자동차 배터리용 원료, 휠 베어링 등 나노의 모든 사업부가 고르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청신호로 작용한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나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이산화티타늄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SCR촉매(선택적 환원촉매)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CR촉매는 화력발전소, 선박, 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나 수소 등 유해하지 않은 물질로 바꿔주는 탈질촉매를 말한다. SCR촉매에 들어가는 핵심 물질이 도료나 전기차 배터리의 양극·음극재에 쓰이는 이산화티타늄(TiO2)인데, 나노는 이를 기존의 10분의 1로 줄인 20~30나노미터로 생산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반 공장에서도 얼마든지 나노 입자 사이즈의 이산화티타늄을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상용 제품과 동일한 게 저희 기술의 특징”이라며 “똑같은 무게라도 크기가 작으면 표면적이 늘어나는데, 촉매반응은 각 입자의 표면적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해 효율이 2~3배 정도 높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회사가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관련 산업 경쟁이 심화되고 단가까지 줄어들면서 2013년 628억원 달하던 매출액은 2014년 383억원으로 줄어 들다가 2015년엔 29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탈질촉매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국내 미세먼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31억원, 1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각각 830억원, 49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1kWh당 3.4g 이하로 규정하는 규제를 내놓으면서 선박용 촉매 시장에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신 회장은 “선박용 촉매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매출은 3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나노가 선박용 촉매를 공급하는 현대중공업 역시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전망은 더욱 밝다”고 말했다. 선박용 탈질 촉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해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2014년 중국에 설립한 이산화티타늄 제조법인 ‘나노위페이다’, 2015년 휠 베어링 사업을 위해 스페인의 SKF 생산라인을 인수해 세운 ‘나노오토모티브’가 모두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부품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나노위페이다는 나노의 이산화티타늄 공급처이면서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겨냥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산화티타늄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음극재에 필요한 원료기도 하다. 아울러 올해 설립한 나노엔지니어링을 통해 중소형 보일러 탈질촉매 시장에도 나선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