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입만 바라보는 싱크탱크…中은 ‘두뇌’ 없이 무역戰 나섰다

베이징 상업중심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날이 갈 수록 도를 더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측 싱크탱크들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싱크탱크가 중국 정책결정권자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는 ‘여과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신문은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식통들과 외교 관측통들을 인용해 중국의 이른바 전문가들이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무역전쟁에 대해 ‘필터링한(여과된) 조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는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외국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싱크탱크들에게 정책자문을 의뢰했다. 이들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은 외국 상공회의소와 중국 정부부처 사이의 소통채널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전하지는 못하고 정부가 좋아할 만한 내용만 정리했다. 즉 이 때문에 중국 정책결정권자들은 외국인 기업가들이 무역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중국에는 모두 500여개의 싱크탱크가 등록돼 있다. 미국의 1,800여개에 비해 숫자도 적다. 진짜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자금지원과 규제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싱크탱크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렸다. 대신 공산당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국영 연구소로서 정부 맞춤연구만 생산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경직된 구조는 중국 정권의 위기이기도 한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확연히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무역전쟁 발발과 함께 효과적인 대미 정책 구상을 위해 지난 7월 싱크탱크 20곳과 연합체제를 구축했다. 이 연합체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상무부, 재정부, 외교부,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와 명문 대학 싱크탱크들이 참여했다. 리중상 런민대 교수는 “분파적이고 고립적이고 직접적인 보스에게만 복무하는 것이 중국 싱크탱크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궈창 발전연구중심(국무원 산하 연구소)도 “몇몇 연구원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고도 말했다. .

중국 싱크탱크들의 부실은 정부의 규제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연구원들의 미국 방문을 규제하고 있다. 왕후이야오 중국과 세계화센터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지만 연구원들이 정부의 비자제한 조치로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SCMP는 이번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당분간 수세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SCMP가 인용한 한 전문가는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동안 중국은 아마도 기다리면서 관망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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