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필수적인 원격의료도 의료계의 반발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현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더불어민주당·청와대와 함께 제한적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기반으로 군부대·교정시설·원양어선·산간도서벽지 등 4개 유형에 한해 의료인과 환자의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현행법상 의료인과 환자의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의료법 34조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에 한해 의료진끼리 자문하는 형태의 원격의료만 허용된다. 정부는 지난 2000년 강원도의 한 보건소를 시작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돌입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올해까지 19년째 시범사업만 시행 중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협회·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원격의료를 반대한다. 원격의료의 장점에 대해서는 일단 공감하지만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지금도 심각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동네의원의 몰락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앞장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가 결국 의료 영리화를 전면 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는 이번 기회에 제한적으로나마 원격의료가 도입되지 않으면 원격의료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은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문호를 대대적으로 개방했고 관련 산업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료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에도 원격의료가 도입되지 않으면 원격의료 시장의 주도권을 선진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