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문숙 기자
“여전히 저는 스스로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매 작품마다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죠.”
걸그룹 티아라로 잘 알려진 함은정은 사실 24년차 연기자다. 1995년 리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로 데뷔한 그는 8살부터 아역으로 활동했고,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영웅시대’ ‘토지’ 등 꽤나 굵직한 작품으로 안방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본인을 신인 배우라고 말한다. 아역 연기와 성인 연기를 철저히 분리한 탓이다.
“24년 차라고 말하기도 민망해요. 매 작품마다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경력자라고 말하는 건 쑥스러워요. 그저 현장이 익숙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에 능숙할 뿐이죠.”
함은정은 아역 경험이 지금의 연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아역으로서의 11년이 오늘의 자신을 길러 낸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낀 시절이었어요. 그 감정들이 자양분이 되었죠. 스태프분들 없이는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고요. 감사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성격도 아역 경험에서 비롯된 듯해요.”
오랜 시간 아역 배우로 활동한 그였지만, 정작 ‘커피하우스’로 성인 연기를 시작했을 때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달라붙었다. 이는 그에게 아역 배우의 이미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역의 색이 짙어질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경험을 쌓는 정도로만 활동했죠. 매니저 일을 하셨던 어머니의 결단이었어요. 아역 이미지가 세게 남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래도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하고 싶은 작품을 물어보셨어요. 그 시간이 되게 좋았어요.”
어머니의 선견지명이 꼭 들어맞았다. 아역으로 다져진 연기력이 보장되어 있지만, 여전히 하얀 도화지 같았던 그의 매력이 통한 것이다. 덕분에 성인 연기를 시작한 함은정은 역할 선택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 ‘드림하이’와 ‘러블리 호러블리’에서는 악역을, ‘실종2’에서는 액션을, ‘별별며느리’에서는 캔디형 여자주인공을 연기했다. 할 것 다해본 것 같은 그였지만, 연기 욕심은 신인 못지않았다.
“‘인수대비’를 촬영할 때 되게 재미있었어요. 사극을 워낙 좋아해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사극에서 표현하는 감정들이 현대물과는 달라서 재밌거든요. 또 법정 드라마나 병원 드라마처럼 장르물을 해보고 싶어요. 30대가 돼서 하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도 욕심나고요.”
/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함은정이 갖는 강점은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봤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주변 상황을 그대로 흡수해서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품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내면화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말 잘 듣는 배우에 속해요. 연기를 같이 한다는 것은 상대 배우의 생각이 어떤지, 감독님과 작가님의 생각이 어떤지, 이 모든 것을 배합해서 하는 협동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작품이 최대한 빛날 수 있도록 함께 가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주체는 흔들리지 않되 함께 맞춰나갈 수 있죠.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을 받아들일 때 유연함이 있어요.”
함은정은 자신을 어떤 연기자라고 설명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배우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꼽은 연기 롤 모델 역시 일관적이었다.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비롯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저의 롤 모델은 하지원 선배, 전도연 선배, 이미숙 선배예요. 아역 시절부터 좋아한 배우분들이에요. 여전히 닮고 싶을 만큼 좋은 행보를 보여주고 계시잖아요. 후배로서도 팬으로서도 많이 배워요. 세 분 다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뭐든지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다는 거죠. 저도 세 분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심언경 인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