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이 ‘경찰의 날’에 인터넷에서 집단적으로 능욕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에 여경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수백개의 추천과 댓글이 기록되는 등 최근 유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 조직이 미온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1일 ‘여경 사용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일베 글은 “여경을 500m마다 벗겨 세워놓으면 성폭행과 성매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여경을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이 아닌 성적 욕구를 투영하는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다. 댓글에는 “한국 여경들이 현장출동에 소극적인 이유는 성형 때문” “미국처럼 힘이라도 세던가 볼 때마다 춤추고, 사진 찍히고, ‘오또케(어떡해)’ 거린다” 등 여경에 대한 원색적인 비하 발언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 여성 경찰관의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는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으로 처벌 가능한 범죄행위다. 파장이 커지자 원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현재 게시글에 대한 100여건의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므로 영장을 받아 게시자를 특정, 엄정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경은 하는 일이 없다” “여경은 김여사다” 등과 같은 여경 비하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발단은 9월 경찰공무원 준비생 커뮤니티에서 유포된 부산 교통사고 현장수습 장면이었다. 당시 “여경 4명이 현장에 출동해 구경만 하고 시민 혼자 사고자 구출 중”이라는 글이 확산되자 부산지방경찰청은 “단편적으로 해석이 불러온 오해”라며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올바른 대처를 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일베 게시글처럼 여경에 대한 무차별적 비하 발언이 줄을 잇고 있지만 경찰 조직의 대응은 감감무소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경 비하가 경찰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려 섣불리 대응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여경을 둘러싼 논란과 반목은 경찰 조직 출범 이래 늘 있어온 일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상처는 여경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여성 경찰은 “지금까지 여성이 아닌 한 명의 경찰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여경을 송두리째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을 들으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