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가 기록한 ‘경제성장률 3.1%’는 그동안 정부가 가장 큰 성과로 강조해온 수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이 복원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한다”며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수치가 중요한 건 아니”라던 정부에게도 3%대 성장률은 큰 자랑거리이자 성장의 기준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고용과 설비투자가 과거 경제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자 정부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정부는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증가 수는 당초 32만명에서 절반 수준인 18만명으로 줄였다. 그러면서도 김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9%로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최근 고용과 분배지표가 좋지 않다고 해서 우리 경제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대 성장률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부합하는 수준이므로 비관할 성적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기초체력이 떨어져 가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구조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에 정부가 ‘2%대도 견실한 성장 수준’이라는 인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정택 전 대외경제연구원장은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 수준에서 유지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가 지난해 3.1%에서 올해 2.7%(한국은행 수정 전망)로 떨어지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 경제가 이제 고점에 올라 2022년에는 하향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이라며 “지금 정점에 올라타지 못하고 ‘기다려달라’고 하면 정부가 실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분석실장도 “현재 성장률이 2%대면 5~10년 후에는 1%대로 떨어진다는 얘기”라며 “우리나라는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는 형편인데 ‘2%대 성장률도 괜찮다’는 시각을 받아들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눈높이를 낮추며 구조개혁을 미루는 사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5년(2018~2022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7% 수준으로 추정했다. 2001~2010년 4.4%에서 2011~2017년 3.1%로 떨어진 데 이어 가파른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급격한 물가 상승 없이 최대로 이룰 수 있는 성장률로 그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낸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성장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어서 대외 충격에 따른 급격한 경제 위기보다 더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현 원장은 “지금 건강이 2~3년 안 좋으면 기초체력도 떨어진다”며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이 미흡했던 점이 (저성장)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더 떨어질 우려도 있다”며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