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판 역전을 위해 ‘중산층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우위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선거 승부처인 중산층의 표심을 노린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감세 카드로 선거 판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엘코의 공화당 중간선거 후보 지원유세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산층을 위해 큰 세금 감면을 하고 있다”며 감세안 처리 시기는 “11월 이전이 될 것”이라고 밝혀 중간선거 직전에 감세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처리된 감세법안이 ‘부자·대기업 감세’라는 비판을 받은 점을 의식한 듯 이번 감세가 “기업이 아닌 중산층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제개편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21일 인터뷰에서 “이번 감세안은 특별히 중산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온 깜짝 감세 카드는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선거 판세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간선거를 맞아 대다수 의원이 재선을 위해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데다 선거 전까지 의회가 휴회한 상황에서 중간선거 이전에 감세안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올 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가 6년 만에 최대 규모인 7,790억달러를 기록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추가 감세에 대한 부담과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은 공화당 조세정책 입안자들에게조차 금시초문으로 공화당 의원들이 매우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급하게 감세 카드를 꺼낸 것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자 기세를 몰아 판세를 뒤집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BC방송과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이번 중간선거에서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48%가 민주당, 41%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월 대비 3%포인트 올라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수준(WSJ 조사 기준)인 47%를 기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