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출신 젊은이들이 21일(현지시간) 트럭에 매달린 채 멕시코·과테말라 국경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다. 이민자 행렬(Caravan)에 온두라스 외에 과테말라·엘살바도르 등이 합류하면서 규모는 7,000명으로 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이민자를 막지 못한다면 미국의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 /타파출라=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 출신 사람들의 이민 행렬이 이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미 지역 ‘원조 삭감’을 외치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제로 이전부터 반(反) 이민 정책을 펴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원조를 대폭 삭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중남미 워싱턴 사무소 통계를 인용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원조가 최근 수년 사이 감소세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미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을 도모, 이민자들의 북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온 것과 대비된다.
중남미 워싱턴 사무소에 따르면 2016년 7억5,000만 달러였던 미국의 중미 원조액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6억5,5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올해에는 6억1,500만 달러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원조가 줄긴 했지만, 연간 정부 예산이 1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온두라스와 같은 나라에는 여전히 큰 돈이다. 지난해 온두라스에 제공된 미국의 원조는 1억8,17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에는 중미 3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가 약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미국의 원조는 과테말라 6,900만 달러, 온두라스 6,600만 달러, 엘살바도르 4,600만 달러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는 그 국민이 그들의 나라를 떠나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걸 중단시키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제 그들에게 일상적으로 제공했던 대규모의 해외 원조를 끊거나 상당히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규모 이민 행렬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마약과 폭력,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는 중미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보나 차량을 이용해 일제히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멕시코나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지난 12일 160명 규모로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시를 출발했다. 초기에 온두라스인 중심이었던 이민행렬은 이동 소식을 접한 과테말라인, 엘살바도르인 등이 속속 합류하면서 규모가 7,000∼1만 명으로 늘어났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