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 상대인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지난주 말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돌연 협정이 유지되려면 “중국도 포함돼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의 핵 무력 증강이 국제사회를 신냉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중국 앞바다에 군함까지 파견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INF 탈퇴 발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경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들이 위반했기 때문에 나도 그 협정을 깨려 한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여러분이 원하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대상에는 중국·러시아는 물론 (나와) 게임을 원하는 그 누구도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에서 관심을 끈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중국을 언급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INF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러시아의 협정 위반을 문제 삼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조치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INF 서명국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들(중국)도 협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그들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until they come to their senses) 핵무기를 늘리겠다”며 “우리는 누구보다 많은 재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행동한다면 우리는 (핵무기 증강을) 멈출 것이며 감축까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에만 적용되는 INF 때문에 중국이 방대한 재래군비를 구축하며 반사이익을 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핵탄두 수는 미국과 러시아의 4%에도 못 미치지만 군사 굴기를 앞세워 최근 지상용 핵무기 생산의 속도를 높여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 핵탄두 수는 2006년 145기에서 2017년 270기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올 1월 현재 28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날 많은 국가가 중거리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어 양자협정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해협으로 미 군함이 7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파견된 사실도 확인됐다. 미 국방부의 로버트 매닝 대변인은 이날 “커티스윌버함과 앤티텀함이 국제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며 “미 해군은 국제법에서 허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항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티텀함은 5월 남중국해 파라셀제도의 12해리 안에서 진행된 ‘항행의 자유’에도 투입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에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INF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거론한 데 대해 “INF는 미국과 소련 간 양자조약”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중국에 시비를 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대만판공실의 류제이 주임은 거듭되는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를 놓고 “미국이 대만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도 늦추지 않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대중 관세를 완화할 의도가 없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관세 문제로 더 고통을 느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