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 비준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도로 연결을 포함해 남북이 실무협의 중인 협력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선언이다. 정부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국민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수년간 조 단위가 넘는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정부의 일방적 비준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당연하다.
남북관계가 속도를 내면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당초 예상했던 미국 중간선거보다 두 달가량 늦어진 내년 1월1일 이후로 예상했다. 군사·사회간접자본 분야의 남북 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비핵화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려 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국이 남북협력에만 매달린다면 국제사회의 따돌림은 물론 한미공조 균열로 비핵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발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