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공사비 대납·차명계좌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7개월째로 접어드는 등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최근 삼성물산 임원을 소환 조사하는 등 경찰의 사건 송치 이후 관련자들을 여럿 불러 조사했으나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조만간 ‘시한부 기소중지’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전날 삼성물산 조달 부문 임원인 최모 실장(전무)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는 지난 2월 경찰청 특수수사대가 이 회장과 사장급 임원 A씨 등에게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검찰은 3월 사건을 조세조사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동안 최 실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자료를 임의 제출 받는 등 수사에 집중해왔다. 다만 이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4년째 병상에 있는 탓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른 시일 안에 이 회장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나 직접 조사가 어려운 만큼 이 회장의 건강이 호전될 때까지 3~6개월가량 기조 중지 기간을 꾸준히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이 회장이 병상에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조사 자체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 기소유예를 하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 상태에서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수사 기한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혐의를 판단할 수 없는 만큼 기소유예보다는 기소중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소중지란 피의자의 소재가 불명확하거나 심신상실·질병 등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행하는 중간 처분이다. 반면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나 피의자의 연령, 범행 후 정황 등에 따라 공소 제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 내려진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