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한 여운환씨가 의원들의 질문를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신이 드라마 ‘모래시계’ 속 조폭 두목의 실제 모델로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하는 여운환(65)씨가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최수환 부장판사)는 여씨가 자신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청구한 재심을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여씨는 1992년 당시 광주지검 검사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에 의해 호남 최대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두목으로 지목돼 기소됐다. 이후 두목이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자금책 겸 고문급 간부였다는 혐의로 1994년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여씨는 과거 유죄 증거로 쓰인 조직원 박모씨의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조서가 1996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증거능력이 없다며 지난해 12월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인 등이 함께 참여한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데 검사와 조직원 박씨만이 판사에게 따로 진술한 내용이 증거로 인정돼 불공정하게 재판을 받았다는 게 여씨 측 주장이다.
여씨는 헌재가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신문을 하기도 전에 이뤄진 증인신문은 근거 없는 심증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221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증인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184조에 따라 관계 당사자에게 신문기일통지를 거쳐 진행한 증인신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여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씨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검사 측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조서를 토대로 유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고 여씨 변호인측 증인신문조서로 판단해 위헌 조항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여씨는 고법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는 “판결 내용을 보면 검사가 신청한 박씨의 증인신문조서 내용을 근거로 삼은 점을 알 수 있는데도 법원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서의 사건번호 등만 확인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홍준표 검사는 나를 조폭 두목으로 기소했다가 무죄 선고를 받자 자금책으로 몰아 유죄를 받게 했다”며 “수십년 동안 사찰을 받고 가족들까지 주홍글씨의 고통을 받고 있어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호소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