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구분 없는 '유통 4.0시대']명품 등 '잘하는 것' 집중하고 체험형 매장 늘려 고객 모아야

<하>전통강자 백화점 생존 전략
명품 등 '잘하는 것' 집중하고
체험형 매장 늘려 고객 모아야

전 세계적 쇼핑의 달이라는 11월이지만 한국은 먼 나라 얘기다. 중국 ‘광군제’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모두 11월에 있어서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소비자는 물론 제조, 유통업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이미 소비자들은 백화점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을 떠나 미국·중국 등 해외 온라인몰을 떠돈다. 온·오프라인 채널 구분이 사라진 유통업계에서 백화점 등 전통 강자들이 생존하고 싶다면 명품 등 백화점만 할 수 있는 상품들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거나 직매입 등을 통한 파격적 가격인하 등의 전향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통업체도 ‘선택과 집중’ 전략=전문가들은 백화점이 선택과 집중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명품 입점을 늘리거나 아예 저가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식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은 명품만 취급하는데 이처럼 완전히 명품으로 가거나 아울렛을 강화하는 투 트랙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MD 구성을 특화하는 방향도 제안으로 나왔다. 조 교수는 “일본의 한큐 백화점은 3개 층을 통틀어 식품관을 꾸민다”면서 “한 층엔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코너, 다른 2개 층에는 각각 HMR 식품과 조리가 필요한 식품으로 구성해 놨다”면서 “이처럼 이미 온라인으로 빠져나가는 패션 사업은 접고 식음료처럼 잘할 수 있는 하나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미래형 백화점은 ‘체험형’으로=전문가들은 백화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요소를 늘리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은 입점 브랜드와 협력해 고객들이 동선에 따라서 완전히 몰입하는 ‘플로우(Flow)체험장’으로 꾸며야 한다”면서 “직매입 방법으로 편집샵을 꾸밀 수도 있고 백화점이 투자비용이 부담될 경우엔 특정매입을 할 수 있는 등 방법은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건대점 10층에 있던 기존 매장을 비우고 VR체험관을 꾸며 젊은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있다. 오는 11월 문을 여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용인점에는 140여평 규모의 인도어 서핑 샵이 들어선다.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고객들까지 매장으로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직매입 비중 늘리기=백화점·제조사·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직매입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에선 ‘특정매입’ 거래가 대부분이다. 재고는 납품한 업체에 반품하고, 상품을 매입할 때도 판매를 다 마감한 후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준다. 여기에 매장 관리도 납품업체 몫이니 이 모든 비용 부담은 상품 가격에 고스란히 붙는다. 파격 할인이나 전반적 가격 인하가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직매입 방식을 늘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할인율도 대폭 높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재고 부담이 백화점으로 돌아가 제조사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직매입 비중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가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이다. 오 교수는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일본 최고의 백화점이 된 이세탄 백화점의 PB ‘이세탄 퀄리티’가 대표적인 예”라면서 “불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재고까지 일괄 관리하는 저렴한 PB상품을 강화해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백화점은 2000년대 초반부터 PB상품 개발에 돌입했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9개, 신세계백화점은 6개, 현대백화점은 1개의 PB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는 속옷에서부터 식품까지 다양하다.

/허세민·박준호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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