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레몬, 복숭아 그리고 스마일

채남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보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정보의 불균형과 관련해 금융시장에서 빈번하게 인용되는 경제이론이 있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남편이기도 한 조지 애컬로프 버클리대 교수의 레몬시장(the market for lemons) 이론이다. 레몬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하자가 있는 고물 중고차를 의미하는데 경제학자들은 종종 불량 재화를 시큼한 ‘레몬’에, 양질의 재화를 달콤한 ‘복숭아’에 비유하고는 한다. 레몬시장 이론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정보의 차이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서 복숭아(우량 자동차)는 사라지고 레몬(불량 자동차)만 남아 결국 시장붕괴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중고차 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저평가된 우량주(복숭아)와 고평가된 주식(레몬)이 존재할 수 있고 투자자마다 정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거래소는 증시에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요한 정보는 즉각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면 엄벌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불균형을 메워주는 것이 기업분석보고서다. 전문가 집단에 의해 작성된 기업분석보고서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 간 정보 격차를 완화해주고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훌륭한 참고자료로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당수 기업의 분석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제공되지 못해 ‘깜깜이 투자’라는 비판이 있었다. 제공되는 분석보고서도 분산돼 있거나 유료로 제공돼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증권투자 정보포털 ‘KRX스마일’을 개설했다. KRX스마일(Securities Market Information Library of Exchange·SMILE)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증권시장의 정보 도서관’이라는 의미로 다양한 기업분석보고서뿐만 아니라 거래·재무·공시·뉴스 등 다양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로 인한 결과는 스스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투자하려는 대상이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판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쪼록 KRX스마일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 숨은 복숭아를 잘 골라 담고 투자자들이 ‘스마일’하기를 희망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