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계가 최근 모래값 상승에 이은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고민에 빠졌다. 수도권의 일부 중소 레미콘 업체와 전국 단위 대형사들은 시멘트 단가 인상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간 줄다리기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레미콘 업체들이 이달 말 10월 시멘트 사용분에 대해 5~10% 인상된 가격으로 정산에 들어간다. 지역 레미콘 협동조합의 연합체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9월 하순 시멘트 업계와 ‘가격을 10월 1일 거래분부터 인상하되 2016년 12월 가격을 상한선으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대금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대금 정산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레미콘에 들어가는 필수 골재인 모래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최대 2배 넘게 올랐는데 시멘트 가격까지 올려주면 가뜩이나 안 좋은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시멘트 가격은 7개 업체가 할인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고시가격’인 7 만5,000원보다 훨씬 아래인 6만 4,400원 선까지 추락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시멘트 업계는 할인을 없애겠다며 레미콘을 압박하고 나섰고, 4개월 만인 9월 전국 평균 7만 1,000원 선에 거래하는 것으로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3~4%인데 원가 중 가장 비중이 큰 시멘트와 모랫값까지 오르면 적자를 감수해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레미콘연합회 차원의 가격 합의를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달 가격협상 당시에도 서울경인레미콘조합은 연합회 차원의 인상 합의에 반발해 “조합 소속 업체가 개별적으로 시멘트 7개사와 가격 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조합 이사장은 “시멘트 업계가 자기들끼리 경쟁하느라고 내려 준 가격을 (레미콘업계가) 한꺼번에 올려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면서 “연합회가 일률적으로 조합사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없으니 각 조합 별로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다 유진·아주 등 대형 레미콘 회사들까지 ‘인상 불가’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멘트-레미콘간 줄다리기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대형 레미콘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단가 인상 요구는 사상 초유의 골재 대란으로 어려움에 처한 레미콘업계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보면 지난 9월 전격 합의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됐던 공급가격 이슈는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서상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시멘트 업계가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보하기보다는 레미콘 업계의 상황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양측이 불필요하게 힘을 낭비하기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