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강하기 밀어 부치면서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판매점·대리점 등 유통채널에 종사하는 6만명에게 닥칠 파장에 대해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나 대책이 없어 자영업자들의 충격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경우 가계통신비 인하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선택약정 25% 할인’ 제도의 근거법인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4일 이동통신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성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이날 통신사 수장들에게 완전자급제의 필요성, 25% 선택약정 할인제도의 유지 의사 등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 발의한 법안은 현재 3개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이동통신3사가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 중국 등에서는 통신사와 단말기 유통시장이 분리돼 스마트폰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하다는 이유에서 발의한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히 기존 발의한 법안을 한층 강화해 국감이 종료된 이후 재발의할 예정이다. 새로 발의하는 법안에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의 묶음 판매를 원천 금지하고 판매장소도 완전히 분리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완전자급제를 밀어부치고 있지만 정부와 업계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통신서비스 판매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만 전국에 9,000여곳이 되는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같은 대리점들은 앞으로 위탁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전자제품을 다루는 판매점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수 사업자들이 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리점보다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판매점들은 상황이 더욱 위태롭다. 현재 2만5,000여곳의 판매점 가운데 소규모 업소들은 대리점에서 위탁을 받아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유통채널에 닥칠 충격과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통채널에 얼마나 변화가 올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판매·대리점 중 일부가 충격을 받을 텐데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걱정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선택약정 25% 할인제도도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가계 통신비용 절감을 이행하기 위해 선택약정 25% 할인제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도입했다. 선택약정은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공시지원금보다 2~3배 가량 비용을 낮춰줘 가계 통신비 절감에 1등 공신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완전자급제 법안이 통과되면 이통사가 휴대전화 판매를 할 수 없는 만큼 단통법도 당연히 소멸하게 된다. 이 경우 선택약정 25% 할인제의 근거 조항이 사라져 이통사들이 언제든 과금 방식을 이전으로 되돌릴 위험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선택약정 제도를 어떤 식으로 유지할 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못 했다. 김성수 의원실 관계자는 “선택약정 25% 제도가 필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