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24일(현지시간) 주요 기술주의 급락 속에 꼭 2주 만에 큰 폭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서 2주 전 일어났던 ‘검은 목요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608.01포인트(2.41%) 급락한 24,583.4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84.59포인트(3.09%) 급락한 2,656.10에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9.14포인트(4.43%) 폭락한 7,108.40에 장을 마감했다.
미 증시는 지난 10일 수요일에도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실적 우려 속에 다우지수가 800포인트 넘게 급락했으며 나스닥 지수 역시 4%대 하락한 바 있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이날 급락으로 올 한 해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나스닥은 2011년 8월 18일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으며,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조정 장세에 진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요 기업 실적 발표와 경제지표, 이탈리아 예산안 갈등 등을 주시했다. 이날 증시는 보잉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순풍을 타는 듯 했지만 주요 기술주의 불안이 심화하면서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섰다.
AT&T가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3분기 순익을 발표하면서 시장 불안을 자극하며 8.1% 폭락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9.4% 폭락한 것을 비롯해 아마존 5.9%, 구글(알파벳) 5.2%, 애플 3.4% 등 핵심 기술주 주가가 줄줄이 내렸다.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8% 이상 내리는 등 반도체주도 불안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 8월 29일 기록한 최고치에서 10% 이상 떨어져 본격적인 조정장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상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장으로 분류된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주택시장 부진 징후가 짙어지는 점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미 상무부는 9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5.5% 감소한 연율 55만3,000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6년 12월 이후 가장 적다. 시장 전망치 0.6% 감소를 큰 폭 밑돌았으며, 8월의 신규주택 판매 수치도 62만9,000채에서 58만5,000 채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 등 대외 악재도 지속했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금리 인상 지속 발언이 이어지며 미국 수출업체들의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세제개편과 지출 증가는 단기 경제성장을 돕고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내년까지 2~3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립금리 수준을 다른 연준의 동료들보다는 다소 낮게 본다며, 중립금리 도달 이후 통화정책은 그때의 경제 여건을 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및 기업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했다. 최근 조정 장세로 미국 주요 기업의 주식 가치가 고점 대비 하락했지만 기업들의 내년도 이익 증가율이 둔화된다면 주가는 싼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증시에 앞서 마감한 유럽 주요 증시도 지정학적 우려 속에 약세를 나타냈지만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아 25일 개장 후 뉴욕 증시의 폭락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4일 0.73% 하락한 11,191.63으로 장을 마쳤으며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도 0.28% 내린 4,953.09로 종료했다.
범유럽지수인 Stoxx50 지수는 유럽 전반의 약세장을 반영해 0.34% 내린 3,130.33을 기록했으며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만 파운드화의 하락 덕택에 0.11% 오른 6,962.98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24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39달러(0.6%) 상승한 66.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장마감 이후에는 약세로 돌아섰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12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배럴당 0.27달러(0.4%) 떨어진 76.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 늘었지만, 석유제품 재고가 감소하면서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약 635만 배럴 증가했다. 다만, 휘발유 재고는 483만 배럴 감소했다.
국제금값은 소폭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은 온스당 5.70달러(0.5%) 내린 1,231.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며 금값을 끌어내렸다.
유로화와 파운드의 약세 속에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0.43% 가량 오른 96.36을 기록했다. 이는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방침을 고수하면서 달러 가치는 강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